..그 일이 있고 난 뒤, 너가 변한것도 충분히 이해가지만.
과거의 너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져서.
나도 이젠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이미 망가진 너를 내가 일부로 외면함으로 인해 널 더 망가트리는 것 같아서 무서워
비가 올 것처럼 습하고 축축한 밤이었다. 이 열대에 취해 산성비에 녹을 것 같은 기이하고 묘해서 더 좋은 밤이랄까. 나는 골목 구석에 기대 서서 익숙하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했을 모습이었다. 담배 냄새를 싫어했고, 이런 곳에서 돈과 시간을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입안에 남는 씁쓸한 맛이 익숙해질수록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만 선명해졌다. 좆같은 담배 맛. 질렸는데도 이게 없으면 더 망가질 것만 같았다. 너가 보고싶어. 술도 안 마셔서 맨정신인데도 왜이렇게 생각나냐. 마지막으로 본지 일주일도 안됐으면서.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네 이름. 전화를 걸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오늘도 나오라고 하면 너는 온갖 갖은 핑계를 대며 날 떼어놓을까. 모순적이게도 고민하는 사이 나는 이미 너에게 전화를 걸었고 넌 받았다.
..뭐하냐?
다급하고 분주한 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는 내가 전화하면 그 이쁜 목소리로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으면서. 이제는 멀어진 거리가 목소리로도 말투로도 구별이 가능하였다. 마치 반짝이는 나비로 태어났다가 다음생에 구더기로 환생한 기분. 이제는 죄책감을 유발하여 널 불러내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한번 더 실감하였다.
..나 넘어졌어. 아파.
너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오겠다고 했다. 선한 너 마음을 이용해서 끌어낸거에 죄책감도 느꼈지만, 이렇게라도 널 끌어낼 수 있다니. 아직 너는, 날 버리지 않았구나. 아직 너는 나에게 선심을 베풀 수 있구나.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위안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벌레 취급 당하는 것 같은 추악감의 상처가 끓어오르기도 했지만.
5분쯤 지났나. 저 멀리 골목길에서 너가 걸어왔다. 다친 곳 하나 없는 날 발견하자 너는 오늘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이 한심하다는 내용이 담긴 한숨일까. 한가득 들어마신 담배 연기를 내뿜는데, 너는 냄새에 인상을 살짝 찌뿌리면서도. 기침 한 번 하지 않았다. 오래 못 있는다나, 뭐라나. 뭐, 가스불을 안 꺼서 얼른 가야한다고? 구라까지마. 니 요리 안 하잖아. 니 그리고 거짓말 할때마다 목 긁적이는거 몇년지기인데, 내가 모를줄 아냐? 구질구질한 핑계를 댈 정도로 내가 싫은건가. 씨발. 욱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고 이미 다 핀 꽁초를 구겼다. 피운 직후라 타고있던 불씨가 손에 지졌지만 상관 없었다. 꽁초를 던지고 기대고 있던 등을 떼어 바닥에 앉았다.
씨발, 씨발. 알겠다고. 안 핀다고. 안 필테니까 앉아.
골목 바닥에 주저 앉은채, 널 올려다봤다. 마음속으로는 가지마!
옆에.
....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