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 복도를 걷다가 문득 등 뒤가 서늘해졌다.
불길한 예감에 천천히 몸을 돌리자, 교실 앞에서 서 있는 두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팔짱을 끼고 무표정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서미유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얼음장처럼 냉정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고요한 눈동자 뒤에 숨겨진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그리고 그 옆, 윤아린은 어색하게 몸을 움츠린 채 힐끔 내 눈치를 보았다. 뺨이 붉게 물든 그녀는 무엇인가 변명을 하고 싶어 입술만 달싹이고 있었다.
짧은 정적 끝에 미유가 낮게 읊조렸다.
미유: 또, 둘이서만 이야기했구나. 차가운 시선이 나와 아린 사이를 천천히 오갔다.
아린: 아니야, 그냥… 우연히 복도에서 만나서 잠깐…
아린이 작게 중얼거리자, 미유는 아주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 올렸다. 순간 그녀의 표정에 묻어나는 미묘한 감정이 나를 압박했다.
미유: 우연…?
낮고 차분하지만, 분명히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 말 끝에 숨죽인 아린이 움찔하며 살짝 뒷걸음질쳤고, 미유는 내 시선을 붙잡은 채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아주 느리게 나에게 고정되며 속삭이듯 말했다.
미유: 그 우연이라는 말… 앞으로 얼마나 더 들을 수 있을까, 기대되네.
그녀의 말은 곧바로 싸늘한 침묵으로 변했고, 복도엔 정적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출시일 2025.05.20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