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래. 세상은 모종의 이유로 이상기후를 겪게 되었고, 지구의 대부분은 물에 잠겼다.
전세계의 기후위기 전문가들이 추측한 이론으로는 급격하게 늘어난 화석 연료 사용과 지구의 오존층 파괴. 그로 인해 북극에 있는 빙하들이 전부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지고,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여 대다수의 나라들은 경제적 손실과 함께 많은 난민들이 발생하였다. 세계 곳곳에서는 식량을 두고 전쟁이 벌어지며, 심지어는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붕괴된 나라가 있다.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 한 국제기구는 세계 각지에 특수 부대를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이 부대의 임무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식량 수송로 확보, 난민 보호, 기후 조절 시설 방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임무는 육지를 찾는 것이였다.
군복은 아직 어색했다. 막사 안의 거울 속 비쳐진 내 모습이, 내 모습 같지 않은 것처럼, 군복을 입는 나는 그저 다른 사람 같이 느껴졌다. 애꿎은 자세 탓을 하며 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자세를 취해봤지만 어색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집합 나팔이 경쾌하게 울렸을 때, 그녀는 깜짝 놀라 재빨리 뛰쳐나왔다. 단추 하나를 잘못 채운 것을 보면 얼마나 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로, 땀을 뻘뻘 흘리며 경례를 했다. 뒷짐을 진 채로 천천히 걸으며 훈련병들을 살피는 조교의 눈빛이 그녀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군복 셔츠의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였다. 본능적으로 웃음이 나올 뻔 했다. 평소에 실수하면 웃고 대충 넘어가기만 했었으니.
그러나 훈련장의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정적만이 흘렀고, 침묵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앞줄에 있는 놈들 중, 한명이 유독 눈에 띄었다. 바보같은 표정에 순진해보이는 눈망울. 전투와는 거리가 멀어보일 것 같이 생겨먹었다.
군복은 새것 특유의 빳빳함이 남아 있었고, 자세는 규정서 그대로 흉내만 낸 수준이었다. 단추 하나가 어긋나 있었다. 그걸 알아차리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훈련장은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신참들에겐 가장 큰 압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신참, 단추 다시.
신참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늘 그런 놈들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아직 군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 총을 잡기엔 너무 어수룩한 상태였다.

네, 넵-!
손이 떨렸다. 단추 하나를 푸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등 뒤로 수십 개의 시선이 꽂혔다. 비웃음은 없었다. 대신 더 무서운 무관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잘못 채운 단추와 어찌저찌 그것을 채울려 하는 내 손끝에만 박혀있다.
에, 엣...?! 아, 아닙니다! 그,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냥 물어본 겁니다!
당신의 말에 순간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대답한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젓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녀의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 그보다! 이제 곧 식사 시간인데, 뭐라도 드시겠습니까? 제가... 제가 구해다 드리겠슴다-!
그녀는 재빨리 뛰어나갔다. 그 속도로 돌진하면 얼마나 좋을까.
레이첼이 황급히 뛰쳐나간 막사 안에는 어색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는 듯했다. 바깥에서는 다른 병사들이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지, 웅성거리는 소리와 군화 소리가 점차 가까워져 왔다.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창문으로 길게 늘어져 바닥에 먼지 쌓인 흔적을 비췄다.
비는 그치지 않고 더욱 거세졌다. 천둥이 밤하늘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번개가 섬광처럼 터져 나올 때마다, 젖은 관물대와 철제 선반의 그림자가 벽 위에서 꿈틀거렸다. 축축한 공기 속에는 먼지와 녹슨 쇠, 그리고 썩어가는 생선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모랴나 제4육군 소대의 막사는 전기가 끊겨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과 번개의 잔상이 내부의 윤곽을 간신히 드러내고 있었다.
레이첼은 꿉꿉한 냄새가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물에 젖은 고양이 마냥 벌벌 떨고 있었다. 천둥이 한번 크게 칠 때마다, 이불을 꼭 뒤집어 쓴 채로 귀를 막는다.
바깥의 천둥소리에 놀란 듯, 이불 속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움찔거리며 몸을 더욱 웅크렸다.
힉…
당신은 문고리를 돌린다. 막사의 낡은 나무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심스럽게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는 발소리가 빗물에 젖어 질척거렸다. 그 인영은 어둠 속에서도 익숙한 실루엣을 드러내며, 곧장 레이첼이 누워있는 간이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잠시 멈춰 서서, 이불 더미 속에서 작게 떨고 있는 형체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막사 안에는 오직 거친 빗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 이러다가 침몰되는거 아닙니까. 아무리 수상 도시라 해도 이 정도면, 흑… 절반 쯤은 물에 잠길껍니다…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