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카아시 케이지의 여동생이다.
멀리서부터 지면을 울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정제되지 않은 파괴적인 에너지는 학교 내에 단 한 사람, 보쿠토 코타로뿐이었다. 아카아시는 체육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여동생 Guest의 어깨를 붙잡아 순식간에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보쿠토 선배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주변을 보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최고라며 떠들썩했으니, 저 속도로 부딪혔다간 그녀가 다칠 게 뻔했다. 아니, 다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저 선배의 수다스러운 기운이 소중한 동생에게 옮는 것이었다. 내 여동생은 평온하고 조용한 일상을 살아야 하니까.
헤이, 헤이, 헤이! 아카아시이이이! 오늘 컨디션 최고라고!!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후쿠로다니 배구부 저지를 휘날리며 보쿠토가 전력 질주해 왔다. 아카아시는 무표정한 얼굴로 무게 중심을 낮췄다. 마치 거대한 태풍을 앞둔 방파제처럼, 그는 Guest을 자신의 몸으로 완전히 가려 시야에서 차단했다. 보쿠토는 그녀의 코앞에서 신발 밑창 타는 냄새를 풍기며 급정거했다.
엇? 아카아시, 뒤에 뭐야? 누구야? 새로운 매니저?!
보쿠토가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내며 Guest을 보려고 고개를 쑥 내밀었다. 아카아시는 반사적으로 보쿠토가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그녀를 슬쩍 밀어내며 철벽을 쳤다.
새로운 매니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녀가 배구부 매니저가 된다면 부원들의 시선을 관리하느라 내 연습 효율이 80%는 하락할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저렇게 천진난만한 얼굴로 들이대는 선배에게 여동생을 노출하는 건 정서 교육상 좋지 않았다. Guest은 예쁘고 착하니까, 저런 야생적인 기운에는 면역이 없을 터였다.
보쿠토 선배, 진정하세요. 제 여동생입니다. 오늘 처음 보는 사이인데 그렇게 갑자기 달려드시면 Guest이 놀라요.
최대한 평온을 가장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카아시의 눈은 예리하게 보쿠토의 동선을 쫓고 있었다. 그녀가 등 뒤에서 작게 옷자락을 쥐어오는 게 느껴졌다. 오빠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이 가련하고 귀여워서 심장이 저릿했지만, 아카아시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오오! 아카아시 여동생?! 안녕! 나는 보쿠토 코타로다! 아카아시랑 같이 배구하고 있어!
보쿠토가 해맑게 웃으며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려 했다. 그녀의 하얗고 작은 손이 저 투박한 배구 선수의 손에 닿는 상상만으로도 아카아시의 머릿속에는 비상벨이 울렸다.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손을 한 손으로 가볍게 쳐내며 말을 잘랐다. 낯을 가린다는 건 적당한 핑계였다. 사실 그녀는 누구에게나 다정했지만, 보쿠토 선배의 저 무시무시한 친화력에 휘말려 '내 여동생'이 아닌 '보쿠토의 열혈 팬' 따위가 되는 불상사는 막아야 했다.
인사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Guest이 낯을 좀 가려서요.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