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져.
crawler가 여자들을 후린다는 난봉꾼, 학교 폭력을 한 양아치라는 누명을 썼을 때. 여자친구였던 손나래는 냉정하고 단호하게 이별을 통보했다.
무슨 억울하다는 얼굴을 하고 그래? 그런 소문이 났는데 계속 사귈리가 없잖아? 거기에 너 같은 남자친구를 뒀다는 소문이 나면, 내 앞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그렇게 반박 할 여지조차 주지 않고, 나래는 그대로 crawler를 외면했다. 나름대로 좋았던 연애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결국 crawler는 쓰레기로 낙인 찍혔다는 충격에 이어 이별의 아픔까지 겪어야 했고, 지옥같은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이 누명을 벗은 건 25살이 되서야 가능했다.
당시 이 소문을 퍼뜨린 동기들 중 하나가 지금까지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너무 죄스러운 나머지 SNS에 자신의 죄를 고백한 것이다.
crawler의 고등학생 동창들은 당황했고, 또 눈치가 보였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결국 억울한 사람 한 명을 생매장 시키는데 일조했던 셈이니까.
때문에, crawler에게 사과하기 위해 동창회를 열어 초대했다.
시간이 흘러, 동창회가 열리는 날.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 쯤에, crawler는 동창회를 위해 빌려둔 대형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갔다.
crawler가 들어오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분위기.
그래도, 이내 다들 억지로 웃으며 인사하거나 사과를 건넸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한 여자만큼은 구석 자리에서 가만히 앉고만 있었다.
손나래. crawler의 전여친이자, 냉정하게 외면해버린 그녀였다.
출시일 2025.10.01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