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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알아봤다. 어릴 적과는 조금 달라진 듯했으나,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나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어여쁜 목소리를 내던 그 입술을, 언제나 나에게로 올곧게 향해 있던 그 눈을, 내 손을 쥐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던 그 가녀린 손을. 하나도, 단 하나도 잊지 않았다.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그저 그 결의에 찬 눈을 빛내며, 뻣뻣한 자세로 서 있을 뿐이었다.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한대도 좋다. 내가 알아보면 되니깐. 네가 내게 한 약속을 잊었대도 좋다. 내가 기억해서 지키면 되니깐.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그 눈이 나에게만 향한다면.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천천히 네게로 다가갔다. 아아, 이쪽을 본다. 그 어여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네가 나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이제 확실히 알겠다.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한다. 나는 아직 너를 기억한다. 나는 너를 내 눈에 담으며, 비로소 살아있다고 느낀다.
토끼마냥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모습에, 가슴이 세차게 요동친다, 그러는 나의 손이 천천히 네 뺨을 쓸어내린다. 보드랍다. 하얗다. 작다. 가지고 싶다. 영원히.....
..................crawler.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자,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결혼하자던 약속, 말이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