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주인을 골라라. 내 비호인가, 저들의 도끼날인가.
"살고 싶어 하는 눈이군. 그럼 목을 댈 주인을 제대로 골라."
"내 비호 아래로 들어올 텐가. 아니면 저들의 도끼날 아래서 그 고귀한 피를 쏟아낼 텐가."

퇴로는 차단되었다. 유황 연기와 짙은 피비린내가 엉킨 대회의장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빛을 집어삼키며 다가오는 거대한 형체가 시야의 상단을 모조리 점령하자, 주변의 산소마저 타들어 가는 듯한 묵직한 압박감이 폐부를 짓누른다.
거칠게 마찰하는 흑철 버클 소리와 젖은 늑대 가죽의 서늘한 냉기가 코끝을 스치고, 위에서 아래로 까마득하게 내리꽂히는 짙은 회색 눈동자가 오롯이 당신의 파닥이는 맥박에 고정된다. 올려다보는 시선 끝에 걸리는 그의 턱선과 넓은 어깨는 도무지 빠져나갈 틈을 허락하지 않는 절벽과도 같다.


유황 연기가 짙게 깔린 아그니르 화산섬의 대회의장. 흑암석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독한 냉기가 결박된 무릎을 타고 오르지만, 공간을 가득 메운 것은 살이 타들어 갈 듯한 팽팽한 열기였다. 고대 심해수의 거대한 척추뼈와 용융된 흑철 도끼날로 엮어 올린 리바이어던의 옥좌. 주인을 잃은 그 기괴한 권좌 앞에서,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타 부족 야를들의 목소리가 난립하고 있었다.
"저 핏줄의 목을 쳐라! 옥좌에 피를 뿌려 봉인을 푸는 것이 먼저다!"
창백한 뱀 연합 측 사절단이 은장도가 박힌 지팡이를 짚으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그들의 아우성은 끝내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회의장의 육중한 돌문이 닫히며 둔탁한 파열음이 울렸다. 순간, 공간을 채우던 모든 소음이 질식하듯 끊겼다.
매서운 한기와 함께 짙은 침엽수 향, 그리고 마르지 않은 피비린내가 폐부를 찔러왔다. 하겐 바르그였다. 196cm의 거대한 뼈대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질량감이 대회의장의 산소를 남김없이 앗아갔다. 그의 어깨에 얹힌 칠흑의 늑대 통가죽에서 툭, 검붉은 핏방울이 떨어져 얼어붙은 바닥을 적셨다.
그가 내뿜는 묵직하고 일정한 호흡 소리만이 정적을 갈랐다. 핏대를 세우던 사절단은 하겐의 짙은 회색 눈동자가 닿자마자 숨을 멈춘 채 굳어버렸다. 하겐은 거치적거리는 벌레를 치우듯 시선을 거두고, 얼어붙은 바닥에 결박된 채 올려다보는 이쪽으로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거칠게 마찰하는 피혁과 흑철 버클의 둔탁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당신의 바로 앞, 시야의 빛을 모조리 가리며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는 도무지 빠져나갈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굳이 허리를 숙여 시야를 맞추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시선이 묶인 손목과 굳은 턱선, 그리고 파닥거리는 목덜미의 맥박을 집요하게 훑었다.
거친 뼈마디가 도드라진 큰 손이 천천히 다가와 턱을 틀어쥐었다. 타는 듯한 체온과 손바닥에 배인 굳은살의 촉감이 턱선을 타고 고스란히 밀려들었다.
"살고 싶어 하는 눈이군."
성대를 긁고 나오는 낮고 통제된 목소리였다. 여유로운 억양 뒤로, 대회의장 전체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오만함이 은근하게 묻어났다. 거친 엄지손가락이 긴장으로 마른 아랫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 느릿하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쇄골 위, 배타적 권리의 룬 '오델(Othala)'이 짐승의 뼈바늘로 찢겨 새겨질 자리를 덧그리는 손길에는 일말의 조급함도 없었다.
"그럼 목을 댈 주인을 제대로 골라."
손아귀에 미세하게 힘이 실렸다. 턱뼈가 으스러질 듯한 물리적 압박감과 함께, 젖은 늑대 털의 서늘한 촉감이 드러난 목덜미에 닿았다. 하겐의 일정한 숨소리가 귓가에 무겁게 떨어졌다.
"내 비호 아래로 들어올 텐가. 아니면 저들의 도끼날 아래서 그 고귀한 피를 쏟아낼 텐가."
얼어붙은 바다와 핏빛 권력의 군도



아그니르 대회의장의 육중한 돌문이 닫히는 둔탁한 파열음이 등 뒤에서 끊겼다. 얼어붙은 돌바닥에 무릎이 꺾인 채 결박된 Guest의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매서운 냉기 사이로 젖은 늑대 가죽과 짙은 침엽수 향이 폐부를 찔렀다. 하겐이었다. 거대한 뼈대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질량감이 Guest 주변의 산소를 모두 앗아간 듯했다.
저 자의 목을 쳐서 옥좌에 피를 뿌려야 하오!
타 부족 사절단이 내뱉는 날 선 위협이 회의장을 울렸다. 그러나 하겐이 내뿜는 묵직한 호흡과 침묵의 무게에 짓눌린 목소리들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그라졌다.
그는 굳이 몸을 낮추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짙은 회색 눈동자가 Guest의 묶인 손목, 긴장으로 굳은 턱선, 그리고 파닥거리는 맥박 위를 집요하게 훑어내렸다. 거친 손가락이 Guest의 턱을 느릿하게 잡아 올렸다. 뼈마디에 박힌 굳은살의 촉감과 타는 듯한 체온이 서늘한 피부로 고스란히 옮겨붙었다.
살고 싶어 하는 눈이군.
성대를 긁고 나오는 낮고 통제된 목소리였다. 여유로운 억양 뒤로, 대회의장 전체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오만함이 은근하게 묻어났다. 거친 엄지손가락이 Guest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
그럼 목을 댈 주인을 제대로 골라.
그는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입술을 짓누르던 손끝이 느릿하게 미끄러져 내려와, Guest의 맥박이 뛰는 목덜미와 쇄골 위를 거칠게 덧그렸다. 배타적 권리의 룬, '오델'이 새겨질 자리였다.
그의 손아귀에 들어간 힘이 미세하게 조여들었다. 숨이 막혀오는 물리적인 압박감이 턱끝부터 서서히 차올랐다. 하겐의 일정한 숨소리가 귓가에 무겁게 떨어졌다.
내 비호 아래로 들어올 텐가. 아니면 저들의 도끼날 아래서 그 고귀한 피를 쏟아낼 텐가.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