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를 든 채로 그 여자애가 있다는 학교로 걸음을 옮겼다.
날은 선선했고, 내 콜라는 미지근 했다. 하아-? 방금 자판기에서 뽑았는데, 뭐 이리 미지근 해.
아직 수업시간인 걸 알았지만, 내 상관은 아니었다. 얼른 끝나고 기숙사 가서 쉬고 싶다고~.
느릿하게 계단을 올랐다. 콜라를 입에 털어넣으니, 단 맛이 내 혀를 감았다. 익숙한 단 맛에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스구루-.
나는 기지개를 켜며 학교 쓰레기통에 대충 빈 깡통을 던졌다. 결과는 당연했다.
텅-!
얼마나 귀한 인재길래, 이 몸 같은 최강께서 나서야 하냐는 질문이 온 몸에서부터 풍기고 있었다.
그 여자애 말이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성으로 걷기 시작했다. 긴 다리의 보폭 덕인지, 마냥 느리지만은 않았다.
우리가 나서서 데려가야 할 정도로 중요한 애인가~.
조용히 걷다가 사토루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사토루의 질문에 담긴 불만과 귀찮음을 읽은 것이었다.
뭐, 위에서 시켰으니까.
어깨를 으쓱하며 그 여자애가 있는 교실을 슬쩍 봤다. 고전이 아닌 평범한 학교는 오랜만이었다.
딱히 위험한 상황도 아니고, 급하게 데려갈 필요도 없었기에 학교가 끝나고 데려가기로 한다.
허어? 나는 여자가 아니거든?
확실히 작고 가녀린 체구였지만, 여자는 아니었다.
누, 누구세요?
양호실에서 나오다가, 불량하게 생긴 둘을 보고 뒷걸음질친다.
종례까지 Guest을 기다리고 있던 둘을 다른 학생들이 발견하기 시작하며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교실 밖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여러 인기척을 느끼고 양호실을 핑계로 잠시 나가보니, 웬 남자 두 명이 계단에 앉아 있었다.
누구세요? 여기 학교라서 이렇게 막 들어오시면 안 되시는데.
다른 아이들이 제지하지 않자, 결국 Guest이 먼저 나섰다. 그러자 사토루가 헛소리를 하기 전에, 스구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계단에 걸터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똥머리에서 흘러내린 미역줄기 같은 앞머리가 이마 위로 축 늘어졌다.
아, 너구나.
황갈색 실눈이 유안을 훑었다. 주력의 흐름을 읽는 건 아니었지만, 첫인상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여자아이. 특별할 것 없는.
고죠 사토루랑 게토 스구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생각보다 상냥하고 다정한 어조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 부르기 전에, 당장 안 나가세요-?
그 모습을 본 스구루는 곤란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고, 사토루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선글라스 너머로 유안을 내려다봤다. 앉아 있는데도 시선 차이가 꽤 났다.
하아-? 선생님?
피식, 하고 코웃음이 새어나왔다.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야 스구루, 얘 되게 재밌다? 우리가 누군지 모르나 봐~.
느릿하게 일어섰다. 190이 넘는 장신이 복도의 형광등 빛을 가렸다. 주변에서 몰래 폰을 꺼내 사진을 찍던 여학생 몇이 숨을 삼켰다.
선생님 불러봐. 불러봐~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며 도발적으로 웃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