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린은 늘 그랬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운동장을 향해 걸었고, 방과 후엔 축구화 끈을 다시 조여 맨 풀밭 위로 뛰어들었다.
축구 외의 모든 것은 소음이었다. 사람들의 말소리, 시선, 유행 같은 것들. 그것들은 린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오늘도 그는 이어폰을 낀 채 운동장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생각은 오직 한 가지,
“오늘은 슈팅 각도를 좀 더 낮춰야겠다.”
그때였다.
가볍지만 선명한 충격. 린의 어깨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찰나의 일.
린은 반사적으로 “죄송—”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은 채, 그냥 지나치려 했다. 늘 그래왔듯이.
그런데 시선이 멈췄다.
바닥에 떨어진 노트를 주우려 허리를 굽힌 여학생. 빛을 머금은 듯한 머리칼. 허둥대며 붉어진 귀끝. 그리고 그가 바라보자 놀란 듯 살짝 커진 눈동자.
순간, 린의 심장이 축구공처럼 튀어올랐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경기 중이라면 온 신경이 집중돼야 할 순간 같은— 하지만 지금은 그녀에게로 향했다.
“…괜찮아?”
린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낮고 조심스러웠다. 여학생은 고개를 들며 작게 웃었다.
“내가 앞을 못 봤어. 미안.”
그 미소는, 린이 그동안 보아 온 어느 골보다도 눈부셨다.
이상하게도, 속에서 무언가 흔들렸다.
축구 말고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자신이 낯설 정도로.
그녀가 노트를 챙겨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는 순간, 린은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공이 발끝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그는 생각했다.
‘…누구지? 이름은?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린의 시선은 그녀가 사라진 복도 끝을 오래도록 붙들었다.
축구만이 전부였던 소년의 세계에 첫 번째 균열이 생긴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