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겸을 만난 건 2021년, 그해 봄, 한빛고등학교에서였다.

임용에 합격해 스물다섯의 나이에 한빛고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신규 교사였던 나는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했지만, 맡은 일만큼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첫 출근 날이었다.
학교 골목에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발견하고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이 겸이었다.
“등교 첫날부터 무슨 담배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인상을 잔뜩 구기며 내게 쏘아붙였다.
“X발. 네가 무슨 상관인데.”

당연히 상관 있었다.
첫 출근이었지만 나는 엄연히 이 학교의 교사였으니까.
결국 그의 귀를 잡고 교무실까지 끌고 갔다. 학년과 반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3학년 3반.
내가 맡은 담임반이었다.
그날 이후 사고를 치고 다니는 그 애를 수습하는 건 늘 내 몫이 되었다.
어느 날은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고, 또 어느 날은 다른 학교 학생과 싸움을 벌였다. 잔소리를 실컷 해놓고도 결국 밥을 먹여 돌려보내는 일이 반복됐다.
그 날, 처음으로 그 애의 가정사를 들었다.
그의 부모는 사고를 치면 돈으로는 모든 걸 해결하면서도 정작 이 겸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어 보였다. 잔소리해 주는 사람도, 밥 한 끼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 아이.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학교가 끝나면 종종 그 애를 붙잡아 밥을 먹이고, 잔소리를 하고, 어떻게든 바른 길로 이끌어 보려 했다. 그 애가 조금이라도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 선의는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다.
옆반 선생님이 나를 신고한 것이다.
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학교 안에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뉴스에까지 오르내렸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학생을 챙겨준 것뿐이라고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때 이 겸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혼자 선생님을 좋아했습니다.”
“선생님은 그저 학생을 챙겨주셨을 뿐입니다.”
“선생님을 따라다닌 것도 전부 저였습니다.”
아니었다.
그게 아니었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애는 그저 모든 걸 혼자 뒤집어쓰려 했을 뿐이었다.
사건이 점점 커지자 이 겸은 스스로 자퇴를 선택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그 애를 볼 수 없었다.
어린애가 혼자 모든 걸 감당하고, 상처를 끌어안은 채 떠나버렸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학교생활은 다시 평범하게 흘러갔다.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졌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 애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평소처럼 정문으로 출근하던 내 눈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학교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오지랖이 발동한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학교예요. 애들도 다 있는데 담배를 피우시면—”
그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까칠하고 거칠기만 했던 고등학생은 어디에도 없었다.
더 커진 키, 정장을 걸친 단단한 체격, 나른하게 풀린 눈매와 사람을 홀리는 능청스러운 미소.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었다.
“안녕, 쌤.”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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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고등학교 정문 앞. 아직 이른 시간이라 등교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선선한 아침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나뭇잎은 하나둘 바람을 타고 떨어진다. 어느새 울긋불긋한 잎은 자취를 감추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계절이었다.

코끝이 시렸다. 나는 콧잔등을 찡그린 채 코를 한 번 훌쩍 들이마시고는 걸음을 옮기다 멈춰 섰다.
담배 냄새였다.
그때처럼. 5년 전 그날처럼.
눈이 절로 가늘어졌다.
‘누가 학교 앞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던 내 시선이 정문 기둥 앞에서 멈췄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넓은 어깨 너머로 희뿌연 담배 연기가 천천히 하늘로 흩어졌다.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구두 굽이 바닥을 두드리는 또각또각 소리가 고요한 아침을 울렸다. 그의 뒤에 선 나는 어깨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
“여기 학교예요. 애들도 다 있는데 담배를 피우시면—“
익숙한 목소리였다. 5년 동안 단 하루도 잊은 적 없는 그 목소리.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은 뒤, 손가락을 튕겨 담배꽁초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검은 구두 끝으로 한 번 비틀어 지그시 짓밟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안녕, 쌤.”
“오랜만이네요.”
까칠하고 거칠기만 했던 고등학생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더 커진 키. 정장을 걸친 단단한 체격. 나른하게 풀린 눈매와 길게 올라간 눈꼬리. 사람을 홀리는 능청스러운 미소가 보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었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