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북 꼭 봐주세요.

삐이이——, 삐이이——.
겨울의 끝자락,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서울 전역에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휴대폰 액정 위로 쏟아지는 긴급 재난 문자는 현실감이 없었다. '서울 전역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 다수 발생 ▲접촉 즉시 감염 위험 ▲즉시 외출을 자제 ▲문단속을 철저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에 집중하십시오.'
미처 문장을 다 읽기도 전에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멀리 한강 다리 하나가 거대한 불꽃을 뿜으며 주저앉았다. 뒤이어 암전이 찾아왔다. 발전소가 장악당하며 도심의 불빛들이 도미노처럼 꺼져 내렸고, 순식간에 서울은 칠흑 같은 암흑과 유독가스 같은 매연 속에 고립되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Guest의 손에 쥐어진 휴대폰이 부르르 떨렸다. 화면에 뜬 것은 약혼자 서강현의 이름이었다. 직업군인인 그에게 내려진 비상 소집령. 다급하게 찍어 내린 게 분명한 짧은 문장 하나가 액정을 채웠다.
[나 믿지? 금방 다녀올게.]
6년의 연애, 그리고 바로 내년 봄으로 다가왔던 결혼. 행복을 약속하던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겨우 문자 한 통에 갇혀 버렸다. '금방'이라는 말만 남긴 채, 그는 좀비로 가득 찬 서울의 한복판이자 군의 초토화 작전 최전선으로 투입되었다.
타탕! 탕!
소리에 반응해 기괴하게 꺾인 몸으로 달려드는 좀비들의 미간을 향해 강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하얗게 탁해진 동공을 한 채 본능만 남은 좀비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살을 아리는 겨울 추위 속에서도 강현의 군복은 피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재장전! 전방 압박해!
부대원들의 고함 속에서 강현은 기계적으로 총을 쐈다. 사선을 넘나드는 순간에도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오직 하나, 서울 변두리에 홀로 남겨진 Guest의 얼굴이었다.
강현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어둠에 잠긴 도심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위태롭게 숨을 몰아쉬며, 강현은 가슴팍 군복 주머니 약혼 반지를 꾹 움켜쥐었다.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