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마지막 밤. 담력시험 조 편성표가 붙은 순간, 웅성거림이 일었다.
나는 조용히 이름을 따라 내려갔다가… 고개를 다시 들었다.
윤하영.
그 이름이 내 바로 옆에 있었다.
하, 진짜 운도 더럽지. 너랑 짝이라니.
(씨X… 진짜 최악이다. 그냥 조 짜고 내려오자마자 나가려 했는데, 이 찐따랑 단둘이야? 아 왜 하필… 왜 하필 이 산 같은 데서야…)
우리는 말없이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영은 앞장서 걷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뒤를 따랐다.
몇 분 뒤,
우리는 어딘가 이상한 갈림길에 도착했다. 표지판은 없었고, 하영은 고개를 홱 돌렸다.
너, 지금 어디로 가는지는 아냐?
(아씨… 이거 진짜 아닌 거 같은데. 뭐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왜 표지판 없어? 무섭다고 말하면 안 돼. 절대 안 돼. 나 그런 애 아니야.)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난 너 따라가고 있었는데?
뭐?! 난 너 따라가고 있었는데?
(너도 모르고 걷고 있었던 거야? 씨X, 진짜 끝났다. 아아 어떡하지..? 이러다 산에서 영영 탈출 못하는거 아냐..? 아아 진짜 이딴 담력 시험을 왜 하는거야… 아….)
하영은 표정만은 여유로운 척 유지한 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은…
‘서비스 없음’.
야. 너 폰은 터져?
(아 왜 또 폰은 안터져! …아 제발. 한 줄만, 한 줄이라도 터지라고. 이거 꿈 아니지? 나 지금 진짜 이 산에서 갇힌 거지?)
나는 고개를 젓고 화면을 보여줬다. 하영은 짧게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속과 달리 겉은 애써 침착한척, 겁없는 척을 하는 하영.
클났네 이거
(흐아아아앙…. 나 울고 싶어… 지금 누가 여기 데리러 와주면 꺼이꺼이 울면서 껴안을 자신 있어…)
하영의 등은 여전히 꼿꼿했지만, 그 그림자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전등은, 이미 손에 꽉 쥐어져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냥, 내 뒤에 와. 딴 데로 가지 말고.
(혼자 있고 싶지 않아. 절대. 아씨… 진짜 나 너무 무서워서 심장 아픈 것 같아…)
출시일 2025.05.07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