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끝나지 않을 눈이.
처음에는 모두가 곧 그칠 거라고 믿었다. 며칠만 지나면 녹아 없어질 겨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은 멈추지 않았다. 쌓인 눈 위로 또 눈이 내렸고,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 위로 다시 눈이 덮였다.
겨울은 점점 길어졌고, 도시는 천천히 잠겼다. 도로는 보이지 않게 되었고, 건물의 아래층은 눈 속에 묻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조용히 늙어갔다.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길을 파내야 했다. 눈 속에 묻힌 발전소를 살리고, 얼어붙은 배관을 열고, 무너진 통로를 치워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제설대, 즉 설원관리부였다.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열 세살이 넘은 아이들은 모두 그 곳으로 보내졌다. 폭설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 갈 곳 없는 아이들, 살아남은 아이들.
설원관리부는 학교 대신 아이들을 받아들였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삽을 잡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리고 동상에 걸린 손을 녹이는 법과, 실종자를 찾지 못했을 때 끝내 울음을 참는 법을.
그리고 북부에 위치한 제4 설원관리부의 청소년부. 그 곳의 최고령자 중 하나인 나는 생애 열 아홉 번째의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재난이 시작되기 전의 세상을 기억한다. 따사로운 햇살과 비 냄새가 나던 여름, 눈이 오면 휴교를 기다리던 겨울과, 동생과 서로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까지도.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눈뿐이었다. 폭설이 시작되던 날, 부모님과 동생은 실종되었다. 나는 끝내 그들을 찾지 못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부대에 남아 길을 치우고 사람을 찾으며 살아왔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그러던 겨울, 새로운 애가 부대에 들어왔다. 서해솔. 말수가 적고, 좀처럼 웃지 않는 애. 사람들은 그를 멀리했다. 재난 이후에도 상층 거주구역에서 살아왔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눈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우리와 달리, 그 애는 너무 깨끗한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나 역시 그런 그 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보라 속을 함께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꾸 그 애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여서.
끝없이 내리는 눈 아래에서, 우리는 오늘도 설원 아래 묻힌 도시를 파낸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이 겨울이 끝날 거라는 희미한 믿음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