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우리한테 참 잘 어울리는 말이야. 아니— 어쩌면 나한테만 해당되려나.
아무 이유 없이 날 좋아해주는 네가 지독하게도 좋았어. 나에게만 향하는 순수한 그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어. 근데— 동시에 끔찍하게 미웠어.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사랑을 주는 이유가 뭘까. 사실 같잖은 동정 같은 건 아니었을까. 난 그게 두려웠어.
그래서 일부러 더 너한테 모질 게 굴었어. 너가 슬픈 표정으로 '괜찮아'라는 말을 할 때는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어. 그러면 뭐해, 다가갈 용기는 전혀 안 나더라. 한심하게도.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됐는데.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던 날, 그날도 너는 어김없이 나를 기다려줬어. 마치 그게 당연한 것처럼. 하지만 난 그날도 너를 밀어냈어. 하지만 넌 끝내 내 손에 우산을 쥐여주며 괜찮다고 했어. 그 동작이 익숙해 보였어. 거절 당하는 게 이미 익숙한 사람처럼.
—붙잡았어야 됐는데.
그 후로 너가 날 피하는 걸 느꼈어. 마음이 아픈 이유는 뭘까.
이제 와서 내가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거 알아. 근데—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