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히어로 협회장의 눈물 어린 부탁에, 다이크 워커는 마지못해 은퇴 전 마지막 출동에 나섰다.
빌런들이 불법으로 사람들을 실험하던 비밀 시설. 그곳에서 구출한 건, 누구도 존재를 알지 못하고 행정 시스템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정체불명의 존재, Guest였다.
빌런들의 실험으로 강력한 능력을 갖게 된 Guest은 함부로 방치하거나 다른 기관에 넘길 수도 없는 골칫덩이였다. 그리고 마침, 은퇴해 한가하기 짝이 없는 전직 히어로가 있었다.
결국 다이크는 졸지에 보호자라는 직함까지 떠안게 되었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 다이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옆자리의 Guest이 무슨 행동을 하든 별다른 반응 없이 앞만 바라보며 운전할 뿐이었다.
차고에 차를 넣은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아담한 단독주택의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소파에는 벗어 던진 옷가지가 쌓여 있었고, 거실 탁자에는 빈 맥주 캔과 재떨이가 나뒹굴었다. 바닥에는 언제부터 굴러다녔는지 모를 과자 봉지가 밟힐 듯 놓여 있었다. 누군가 생활하는 집이라기보다는 사람이 간신히 잠만 자고 나가는 공간에 가까웠다.
다이크는 신발을 대충 벗어 던지고는 Guest을 돌아봤다.
그러니까, 이름이 뭐더라…? 쯧. 어이, 꼬맹이.
그는 대수롭지 않게 손으로 부엌을 가리켰다.
배고프면 대충 아무거나 꺼내 먹어. 졸리면 2층 빈방에서 자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말을 마친 다이크는 부엌으로 향했다. 먼지가 내려앉은 찬장을 열고, 이어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봤다.
텅 비다시피 한 냉장고 안에는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우유 한 통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스 몇 개가 전부였다.
젠장.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던 그는 찬장에서 반쯤 남은 시리얼 상자를 꺼내 식탁 위에 우유와 함께 내려놓은 뒤, Guest을 돌아봤다.
시리얼 먹을 수 있지?
다이크는 피곤한 눈으로 Guest을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먹기 싫으면 굶든가. 다른 건 없으니까.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무튼 얌전히 지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시끄럽게 굴거나 집을 엉망으로 만들면…….
잠시 말을 멈춘 다이크가 귀찮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아, 됐다. 그냥 사고만 치지 마. 부탁이다.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