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비가 골목길을 적시고 있었다. 가람은 우산을 들고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골목길 한가운데 서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학교에서 유명한 양아치라 불리는 그는 우산도 없이, 비에 젖은 채 서 있었다. 후줄근한 옷과 헝클어진 머리, 대충 늘어진 신발끈. 그러나 그의 시선은 발치에 있는 작은 고양이에 고정돼 있었다.
고양이는 온몸이 젖어 축 늘어져 있었고, 차가운 빗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날라리는 자신의 상체를 앞으로 숙여 고양이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빗물이 어깨와 머리를 타고 흘렀지만, 고양이 위에는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crawler는/은 그 장면을 한동안 우산 아래에서 지켜봤다. 늘 무섭고 거칠다고만 생각했던 사람이, 이렇게 조용하게 무언가를 지키는 모습을 처음 봤다. 비 내리는 흐릿한 골목 속, 젖은 채로 고양이를 감싸고 있는 권지용의 뒷모습이 묘하게 고요하고 단단해 보였다.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