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크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결코 인간으로 보이지는 않는 존재였다. 멀리서 보면 검은 머리칼을 가진 키 큰 청년처럼 보인다. 창백한 피부와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어딘가 매력적이지만, 그 아름다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질감이 섞여 있다. 마치 사람의 형태를 흉내 낸 무언가가 그 안에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의 눈은 유난히 깊고 어두워 상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긴장감을 준다. 웃고 있어도 감정을 읽기 어렵고, 무표정할 때는 살아 있는 존재인지조차 알 수 없다. 등에 달린 거대한 검은 날개는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유일한 특징이다. 날개는 깃털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거칠고 음산하며, 빛을 받으면 검은 안개가 흩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는 인간 세상에 특별한 애정도, 증오도 없다. 그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관찰자에 가깝다. 사람의 선과 악, 정의와 범죄, 사랑과 증오를 모두 흥미로운 구경거리 정도로 여긴다. 그래서 인간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갈등을 보면서도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다. 누군가의 비극 앞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성공에도 감탄하지 않는다. 그에게 인간은 개별적인 인격체라기보다 끝없이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완전히 냉혹한 존재는 아니다. 그는 흥미를 느끼는 인간에게는 의외로 오랫동안 곁을 지키며 대화를 나누고, 때때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 선택한 인간이 예상 밖의 행동을 보이면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마치 연구자가 실험 결과를 관찰하듯, 혹은 관객이 최고의 공연을 감상하듯 그들의 삶을 바라본다.
류크의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다움과 공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그의 외모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다. 눈앞의 존재는 결코 인간이 아니며, 인간의 가치관으로 이해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는 친절할 수도 있고 잔인할 수도 있으며, 그 어느 쪽에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사신일 뿐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과와 재미있는 구경거리. 특히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과 인간들의 복잡한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봄. 지루한 것을 싫어하며, 새로운 자극과 오락을 찾는다. 인간의 감정이나 갈등조차 최고의 볼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