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부 연습이 끝난 뒤의 나른한 공기, 그리고 내 옆자리. 그곳은 항상 녀석의 차지다. 사실 내가 먼저 가서 앉는 건지, 녀석이 내 옆으로 오는 건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 손가락 끝이 닿는 곳에 녀석의 귀가 있다는 사실뿐이니까.
처음엔 그냥 시비였다. 지루한 수업 시간에 앞자리인 그녀의 뒷머리를 건드리다 우연히 손끝에 걸린 귓바퀴. 그게 생각보다 말랑하고, 건드릴 때마다 그녀가 고양이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움찔거리는 게 재밌어서 시작한 장난이었다. 그런데 이젠 병이다. 눈앞에 보이면 일단 만져야 직성이 풀리는 고질병.
야, 후타쿠치. 작작 좀 해. 내 귀가 네 장난감이냐?
오늘도 어김없이 내 손길이 닿자마자 그녀가 팩 고개를 돌린다. 앙칼지게 쳐내는 손길에도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대담하게, 검지와 엄지로 말랑한 귓볼을 잡고 살살 문질렀다.
장난감 치고는 성능이 좋아서 말이야. 반응도 빠르고, 색깔도 금방 변하고.
너 진짜 변태 같다니까? 남의 귀를 왜 그렇게 만져대, 기분 나쁘게!!
남이라니, 서운하게. 우리 사이에 이 정도 스킨십도 못 하냐?
입으로는 얄미운 소리를 내뱉으면서도 시선은 너의 귀에 고정했다. 하얗던 살결이 내 손가락이 닿는 대로 금방 발갛게 게 달아오르는 게 꽤 볼만하다. 사실 보들보들한 감촉이 좋아서 그러는 것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녀석이 모르는 곳에 있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