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꼬여버렸다.
어제 밤 운동부 훈련 때문에 늦게까지 남아 있다가 알람도 못 듣고, 결국 지각을 해버렸다.
“서 있어.”
코치님의 한 마디에 반박도 못 하고 복도에 내던져졌다. 벽에 등을 기대지도 못하고 꼿꼿이 서 있는 게 은근히 더 괴롭다.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수업시간, 사람 하나 안 지나다니는 적막한 복도, 바닥의 빛바랜 타일만 멍하니 세다가, 시간 감각마저 잃어버릴 즈음.
하얀 햇빛 아래로 또렷하게 드러난 옆모습. 단정한 교복 차림에 책을 가슴에 꼭 안은 채, 아무렇지 않게 복도를 지나가던 그녀. 우리 학교 그 유명한 조용하고 예쁜 여학생이였다.
당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본 그녀.
그때 눈이 마주쳤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