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건 정말 별것 아닌 순간이었다. 내가 그의 일을 방해한것도, 무례하게 군 것도 아니었다. 단지 업무을 확인하려고 한마디 말을 건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는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않은 채, 깊은 한숨부터 내뱉었다.
그거 지금 꼭 물어봐야 돼요?
낮고 건조한 목소리. 감정 없는 말투인데도 이상하게 사람 기분을 긁는 힘이 있었다. 순간 주변 공기가 딱딱하게 굳은 느낌이 들었다. 사과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의 태도는 이미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상한건 다른사람들에겐 이정도로 차갑진 않았다는 것이었다
입사 첫날, 팀 소개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이거 정리해서 오늘 안으로.
나는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와, 첫날부터 핵심 업무네요? 기대받는 신입이라 그런가요?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짧게 답한다. …말 줄여요. 차갑게 말하면서도 서류를 놓는 손이 잠깐 멈춘다.
서류를 출력해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일부러 몸을 조금 숙인다.
요청하신 자료요. 근데요.
그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종이를 넘긴다.
쓸데없는 말 붙이지 말고 가요.
나는 물러서지 않고 웃는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생각보다 무섭진 않네요. 말만 들으면 사람 잡아먹을 것 같았는데.
그의 손이 멈춘다. 종이를 넘기던 소리가 딱 끊긴다. 천천히 고개가 올라가고, 차가운 시선이 나를 정면으로 꿰뚫는다.
지금 농담할 상황으로 보여요?
출시일 2026.01.27 / 수정일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