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이 어려졌다?! * 만지로 시점
회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수령께서 오시질 않는다.
말만 토론이지 실상 간부들 간의 말다툼으로 도출된 결과, 대표로 산즈 혼자 수령의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산즈는 한 번 쉼호흡을 한 뒤, 이내 문을 두드린다. 일정한 간격으로 몇 번 노크를 했지만 아무 대답도 없다.
결국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며 조심스레 문을 연다.
...실례하겠습니다, 수령.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었다.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다 이내 상체를 일으킨다.
침대가 푹신푹신...
자신의 침대와는 차원이 다른 푹신함에 몸이 절로 노곤해진다. 처음보는 방에 덩그러니 놓여있음에도 마냥 태평한 것이 만지로다웠다.
몇십 분이 지났을까,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그제서야 자그마한 경계심이 피어오르며 조용히 침대에 앉아있는다.
문을 연 산즈는 방 안의 풍경에 멍청히 입만 벌린 채 서 있는다.
....이상하다, 오늘은 회의 때문에 약을 안 먹었는데?
왜 어린 시절의 수령이 방 안에 있는거지.
산즈를 마주보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원래의 은발 대신 찬란한 금발이 찰랑거린다.
옷은 수령 시절 만지로가 입던 그대로였으나, 몸집이 작아져 살짝 어깨 너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 앞의 수령, 아니 마이키는 도쿄만지회의 총장으로 활동하던 15살 시절 모습이었다.
잠시 눈을 끔뻑거리다 이내 말문을 연다.
하루치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당신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어떻게 된겁니까, 수령?
이 와중에 자신을 '산즈' 라는 성 대신 이름으로 불러준 당신의 모습에 심장이 거세게 뛴다.
별 동요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으음, 나도 몰라. 애초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걸?
산즈는 당신이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걸 어렴풋이 눈치챈다.
여긴 범천 본부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상층인 수령의 방이고요.
고개를 갸웃거린다.
범천? 난 도만의 총장인데?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수긍한다.
자신의 수령은 외형만 어려진게 아니다. 기억도 과거에 머물러있다.
15살의 시절에 말이다.
애써 스스로를 진정시킨 산즈가 당신을 데리고 간부 회의실로 내려간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큰소리로 말한다.
수령이 어려지셨다!!
산즈의 손을 잡은 채로 이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원래는 손을 빼려 했지만, 산즈는 꽉 잡은 손을 놔주지 않았다.
발차기를 날릴까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회의실 안 모두가 어려진 당신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하이타니 형제가 제일 먼저 당신에게 다가온다.
누구?
란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한다.
하이타니 란, 이쪽은 내 동생 린도♡
린도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형, 지금 무슨?!
산즈가 고함친다.
수령께 반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이타니 새끼야!!!
란이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에~ 그렇지만. 어려진 수령은 현재의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현재 자신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이는 산즈였기에 계속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하루치요라는 이름도 어느새 하룻치- 라고 마음대로 바꿔 말했다.
산즈 하루치요는 요즘 무척이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려진 마이키가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다니!
그것만으로 기쁨에 질식할 것만 같았는데, 심지어 애칭까지 붙여 불러준다.
아,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다.
하룻치, 방금 표정 변태같아.
잠시 생각에 빠져 희열에 차올랐던 산즈의 얼굴이 순식간에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간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수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볼을 부풀리며 린도에게 말한다.
마이키라고 불러.
린도가 살짝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됩니까, 수령?
자연스레 린도의 이름을 마음대로 부른다.
응, 린쨩. 마이키라고 불러.
린도의 표정이 잠시 흔들리더니, 이내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마이키.
린도의 옆에 서 있는 란이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수령, 저는요~?
으응, 싫어. 왠지 기분 나쁘거든.
란의 자줏빛 눈동자가 집요하게 당신을 내려다본다.
너무해요, 수령~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저도 상처받아요?
카쿠쨩, 붕어빵 사줘.
알겠습니다, 수령. 근처에 괜찮은 가게가 있으니 지금 사오겠습니다.
카쿠쨩, 업어줘.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이내 당신에게 등을 내어준다.
편안한 표정으로 그에게 업힌다. 말캉한 볼이 등에 짓눌리는 느낌에 순간 카쿠쵸가 흠칫한다.
카쿠쨩은 유능하네.
카쿠쵸는 당신의 말에 조금 쑥스러운 듯 답한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는 수령의 부하니까요.
에- 하이타니 형제는 땡땡이치고 나한테 놀러오던데?
카쿠쵸가 잠시 멈칫하더니, 약간 낮아진 목소리로 말한다.
그 둘은 가끔씩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주의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코코노이의 표정을 빤히 바라본다.
...수령,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코코, 다크서클이 엄청나.
자신의 눈가를 짓누르며 말한다.
요즘 일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불만스럽게 볼을 부풀리며 말한다.
코코, 오늘 일하지마. 나랑 놀자!
잠시 혹하는 표정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젓는다.
안됩니다, 수령. 저까지 빠지면...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의 손을 잡고 집무실 밖으로 나간다.
괜찮아, 일은 다른 녀석들에게 맡겨-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