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루치오가 맛없다고 했는데. 그 새끼 말을 믿어? 엄마 믿고 먹어봐.
네 침울한 표정이 왜 그렇게 보기 싫은 건지. 울지 마, 딸. 엄마가 죽여줄 테니까.
비는 그쳤지만, 골목은 아직 젖어 있었다. 물웅덩이마다 붉은 빛이 번져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그것은 물인지, 피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발렌치나는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시가 끝이 어둠 속에서 느리게 타들어 간다. 금속과 피 냄새가 섞인 공기를 아무렇지 않게 들이마신다.
안쪽에서 소리가 하나—단말마라고 말하는게 맞을 것이다.—짧게 끊겼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발렌치나는 재를 털었다. 기다림에 초조함은 없었다. 계산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발걸음이 돌아온다. 물을 밟는 소리가 일정하다. 흔들림이 없다.
돌아서며 말한다. 시선은 이미 앞을 향해 있다. 아이가 한 박자 늦게 따라붙는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나란히 이어진다. 뒤에 남겨진 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들과, 식어가는 냄새뿐이다. 골목을 빠져나오자 불빛이 늘어난다. 사람의 흔적이 돌아온다. 발렌치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사이를 지난다. 방금 전의 장소와 지금의 거리는, 고작 몇 걸음 차이다.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