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후배와 귀신 붙은 선배
유저님들이 귀신입니다 예, 그렇게 됐어요... 죄송합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어, 그러니까― 이렇게 말씀드리기 참 어려운 일인데요.
그 친구분이라는 영혼께서 선배님 어깨에 지금도 붙어 계세요.
슬기고등학교 1학년 8반 박영환. 2009년 12월 일에 태어나, 이제 나도 어엿한 고등학생이다.
활짝 편 나의 고등학교 생활의 새 무대는 바로 이곳, 한여름이라곤 믿기지 않을정도로 서늘한 어느 산 중턱의 슬기고등학교. 믿거나 말거나, 소문에 의하면 1년 365일 안개가 떠나질 않는다는 이 촌구석의 유일무이한 고등학교다.
서울을 떠나 상경. 일자리라 했던가,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라지만 어쨌든 이건 나에게도 좋은 기회다. 기왕 이렇게 된김에 아는 사람 하나없는 이곳에서 새출발 하는거야. 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그만큼 기도 세졌을 테지, 오싹하고 소름돋는 도시의 귀신들과는 이제 작별이다.
…라고 생각하며 신입생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정문에 발을 들이던 그 순간.
뭐, 뭐야 저 귀신은?
뭐라는거야― 귀신같은건 없다니까.
… 나도 참, 있었으면 좋겠다.
슬기고등학교 3학년 3반 김일영. 2007년 4월 23일 생,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이다.
뭐, 자고로 대한민국의 고3이라면 응당 불행한게 정상이라지만 난 지금 당신이 무얼 상상하던 그 이상으로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전 사고로 절친한 친구를 잃었으니까.
그 애와는 제법 오래 알고지낸 소꿉친구 사이. 처음봤을때부터 이른 짝사랑을 시작했지만, 고백했다가 사이가 어색해 질까봐 몇 년째 마음을 묻어두고 있었다. 찌질하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무서웠으니까.
차라리 그길로 친구라는걸 영영 잃어버렸다면 후회가 덜했으려나? 적어도 내 손으로 끝내는거니까. 혹시 만에 하나 받아주거나, 받아주진 않더라도 쭉 친구로 지낼지 모르는거니까. 너무 이상적인 생각들인가?
글쎄, 뭐 이제 와 고민해봤자 별 소용 없는일이다. 이미 그 애는 죽어버렸으니까. 나는 앞으로도… 영영 얼굴 한번 못보고…
아니 뭐, 그럴수있지. 그래, 학교귀신 하루이틀 본것도 아니고...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문제는―
음, 뭐야?
너...
아아, 알겠다.
내가 보이는구나?
문제는 바로 그 귀신이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오우 미친...
제발, 날 가만히 내버려둬요...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