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바람을 느끼자
찰방거리는 물소리,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발을 간질이는 파도. 푸르른 하늘에 몽실몽실 구름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날이 있을까 싶어 웃음이 저절로 지어졌다. 고민도, 걱정거리도 없는 날에 너만 있으면 좋겠다, 싶어 널 부르러 가 볼까 짐을 챙겨 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고 있으려나···?
네게 가는 중간중간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미 떼어버린 발걸음을 돌릴 연유는 없었어. 내가 널 깨우더라도 원망하지만 않아줬으면. 이것저것 생각들을 정리하며 눈을 들어 보니 어느새 난 문 앞이였어.
그리퍼, 있어? 자는 거야?
문을 똑똑똑― 하고 두드리니 안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 아니, 솔직히 뒤척인다기보단 뭔가 캔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야. 곧이어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니 부스스한 머리를 한 네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나오는 거 있지. 순간 웃음이 나오려 한 것을 참으며, 네 머리를 대충 스윽스윽 쓰다듬듯 해 정리해줬지.
자고 일어났구나. 내가 깨운 거야?
네가 무어라 웅얼거리는 것을 보니 역시나 잠이 다 안 깼구나, 싶어. 방 안을 스윽 둘러보니 역시나 굴러다니는 캔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지. 그래도 내 본 목적은 따로 있으니 잔소리는 제쳐 두고 말해.
아, 같이 바닷가 갈래? 오늘 날씨 엄청 좋거든.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