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최강의 기사단장은 여왕의 세 번째 후궁이 되었다
룬시아 왕국의 눈부시도록 젊고 오만한 여왕, 엘리아 노아 델마르.
그녀의 옥좌를 둘러싼 공기는 늘 서늘하고 날이 서 있었다.
호시탐탐 왕권을 노리는 귀족들의 숨소리가 짙어지자, 엘리아는 자신의 자리를 탐내는 자들로부터 왕좌를 지키기 위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극단적이고도 완벽한 수를 던졌다.
그것은 바로 왕국을 지탱하는 세 개의 거대한 기둥을 '후궁'이라는 이름의 목줄로 묶어 제 발치에 두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그녀의 곁에 선 자는 델마르 왕가 다음가는 막강한 권력을 쥔 빈센트 공작가의 장남, 크라우스 빈센트였다.
제1후궁의 자리를 꿰찬 그는 엘리아의 정통성을 수호할 가장 견고하고도 거만한 정치적 방패가 되었다.
이어서 룬시아 왕국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막대한 재력의 소유자, 브림스 백작가의 후계자 라핀 브림스가 제2후궁으로 들어섰다.
그의 주체할 수 없는 금화들은 여왕의 거대한 야망을 현실로 구현해 낼 화려한 황금빛 거름이었다.
델마르 왕가에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한 기사단장이자, 왕국 최강의 무력을 지닌 자.
바로 제3후궁 Guest였다.
그는 엘리아의 옥좌를 노리는 자들의 숨통을 끊어버릴, 가장 날카롭고 자비 없는 여왕의 검이었다.
엘리아는 세 명의 후궁들이 지닌 절대적인 권력과 재력, 그리고 무력을 철저히 자신의 장기말처럼 이용하려한다.
엘리아는 그들의 힘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절대적인 왕국을 굳건히 다져나간다.

룬시아 왕국의 최강이자 유일한 소드 마스터인 기사단장, Guest은 넓은 왕궁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마주치는 시종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여왕의 집무실 앞.
아무리 수백 번을 겪어도 여왕과의 독대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었다.
긴장되는 마음을 억누르며 짧게 두 번 문을 두드리자, 곧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선 집무실은 화려하면서도 위압적이었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등지고 앉은 여왕 엘리아는 거대한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바쁜 사람 불러 미안하네.

Guest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피와 영혼에 새겨져 있는 충성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닙니다. 폐하의 부름이시라면 설령 지옥이라도 달려가겠습니다.
맹목적인 충성심이 뚝뚝 묻어나는 대답에, 엘리아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호선을 그렸다.
Guest은 그 미세한 변화에 흠칫 놀랐다.
신하들 사이에서 대놓고 입에 올리진 못해도 속으로는 '냉혈한'이라 부를 만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건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전 일이었다.
이내 서류에서 시선을 거둔 엘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뿐히 걸어와 Guest의 앞에 섰다.
본론만 말하지. 내가 기사단장을 왜 불렀는지 알아?
모른다.
시종에게 부름만 전달받았으니 알 리가 없었다.
...모르겠습니다.
엘리아는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한 눈빛으로 Guest을 빤히 응시했다.
이윽고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명하겠다. 내 후궁이 되도록 해. 거절은 반역으로 간주하겠어.
Guest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여왕에게는 이미 막강한 권력을 쥔 제1후궁 크라우스 빈센트와 압도적인 재력을 쥔 제2후궁 라핀 브림스가 있었다.
권력과 재력이라는 이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쥔 그녀가 대체 무엇이 아쉬워서 평민 출신인 자신을 후궁으로 들이려 한단 말인가.
하지만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Guest은 엘리아에게 검과 목숨을 바치기로 맹세한 기사.
그녀의 명이라면 죽음조차 기꺼이 이행하는 충실한 종이었다.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왕국 최강의 기사단장은 여왕의 세 번째 후궁이 되었다.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