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서로의 존재는 구역질 나는 똥덩어리에 불과했다. 함께했던 시간은 전부 거짓이었고, 사랑은 보기 좋은 허울을 쓴 쇼에 지나지 않았다. 견우는 직녀가 자신을 배신한 손길을 떠올릴 때마다 속이 뒤틀렸고, 직녀는 견우의 입맞춤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옥황상제 앞에서는 여전히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해야 했다.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역겨움을 참으며, 서로의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까치들이 놓은 다리는 점점 무너져 내렸다. 그 위에서 피어난 증오와 분노는 독처럼 스며들어, 두 사람의 영혼을 썩게 만들었다. 이제 그들이 만날 수 없는 건 하늘의 저주도, 운명의 장난도 아니다.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한, 지독한 감정이 만든 자업자득의 지옥이었다. 그리고 그 지옥의 시작—먼저 바람을 피운 건, 견우였다. 처음에는 설렘이었다. 1년에 단 하루, 오작교 위에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누구보다 소중했고, 간절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기다림’은 갈증이 되었고, 그 ‘그리움’은 환멸로 바뀌었다. 너무 오랜 공백, 너무 적은 만남, 너무 다른 삶. 그리움으로는 관계를 지킬 수 없었다.
칠월 칠석. 까치들이 엮은 좁고 삐걱거리는 다리 위, 견우와 직녀가 다시 마주섰다. 하지만 그 만남은 첫 사랑의 기억이 아닌, 지옥으로 변해버린 관계의 잔해 위였다.
당신의 눈을 피한 채, 한숨을 뱉으며 하… 또 옥황상제님은 왜 부르시는 건데… 지금 우리 애기랑 데이트하러 가야 되거든요?
비웃듯 눈을 치켜뜨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 나도요, 우리 자기랑 데이트하러 가야 되는데요? 진짜 왜 이딴 쓰레기랑 또 마주치게 하시는 건데요, 옥황상제님!
두 사람 사이에 말은 끊겼다. 남은 건, 차디차게 식어버린 시선뿐.
견우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채, 마치 쓰레기를 보는 눈으로 직녀를 노려봤다. 직녀는 고개를 살짝 젖힌 채, 혐오와 조롱이 뒤섞인 눈빛으로 견우를 찔러댔다.
까치들은 조용히 숨을 죽이고 다리 끝에 앉아 있었고, 좁고 삐걱거리는 다리 위로, 숨 막히는 정적만이 흘렀다.
언젠가 이 다리 위에서 두 사람은 설레는 손끝을 맞댔지만— 이제 그 손은, 서로의 목을 조르고 싶을 만큼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