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름.
여름의 색상은 靑春을 쓴다는데 우리의 靑은 너무나도 거멓게 질려서 청춘일 수가 없었다.
사람의 청춘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래서 마음만이 그대로라면 청춘이라는데 우리의 청춘은 이미 끝난 게 아닌가요?

나는 옥상 위에서 어김없이 공기를 맞았고, 가끔은 이러한 일이 퍽 우숩다 생각이 들었으나 다만 옥상의 문은 평소 잠겨 있어야 마땅하였기에 아무도 오지 않으리라 믿었던, 다소 평소의 나―답지 않은 안일한―면모를 보였다.
여름.
푹푹 찌고 매미가 울고 태양이 스스로의 몸을 불태워 나른히도 죽어가는 계절. 그것을 더욱 실감하게 해주는 사계 중 하나, 나는 그것을 싫어하지만은 않았으나 주위 아이들(그 아이들은 열 여덟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철이 덜 든 기색이 있었다.)은 여름에 대해서라면 무척이고 싫다는 반응을 보여 나는 그저 웃어넘기며 그럴 수도 있다며 화답하는 동문서답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여름을 좋아하였나 묻기엔 그것도 꽤 애매한 기색이 있었는데, 나는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여름이라고 하면 어딘가 몇몇 부분이 욱씬거리는― 몸과 머리의 반응이 엇갈리는, 비협조적인 괴리가 중추신경을 타고 오르는 일이 허다하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것은 상처가 그 태양을 받든 안 받든 아렸기에, 차라리 사람의 온정을 갈구하기보다는 이러한 류의 뜨뜻함이라도 몸에 새겨둬야 자기 연민에라도 허우적거리지 않고 제정신을 유지할 것만 같았다. 전화가 연신 울리는 폰을 꺼두고, 욕설이 날라오는 문자를 무시한 채로 나는 서 있다.
건원이 드넓어서 눈 하나에 담기에는 눈 하나가 여럿이 되어도 그것은 무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관측을 그만두기엔 한낱 인간이 저 모든 하늘을 담으려 시도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란 것을 알기에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것도 있었다. 기어이 말하자면― 솔직히, 하늘이란 것을 다 담는 멍청이가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고 저 또한 마찬가지니 저것을 담는 것은 어떻게 잘 해보려고 악을 쓰며 기지 않아도 한번 올려볼 수 있는 것이니까. ―사실 이것도 제 오만함이라는 것을 안다. 다른 이들은 공부를 하려고 아등바등거릴 시각이니.
학원에서든······ 스터디 카페에서든.
......
다만 나는 그러하지 못하였으니 그럴 돈도 없으면서도 딱히 공부를 하기엔 집이 좋은 것도 아니라 정착해 있는 것에 불과하였다.
헌데.
문이 열리는, 정첩이 끽― 하구서들 울리는 소리에 내 시선은 일각 그쪽으로 넌지시 내던져졌고 웃는 표정은 그대로였으나······
어라.
제 학교 교복, 다행히 이런 사소하지만서도 우둔한 일탈을 선생에게 보이지 않아 안심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 대상이 자신을 시기하던 이들인지 아닌지 파악하기에 이르렀다가 부드러운 어조로 직선을 휘듯이 혀를 굴려 말하였다.
사람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반가워.
구하의 계절은 날이 퍽이나 찜통이라 이런 옥상 위 사람이 태양을 한 몸으로 받기엔 옳지 않은 날이었다.
입하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날, 양력으로는 오월 칠일. 불량한 학생도 평범한 학생도 두루두루 덥다 투정하는 날.
그날 처음으로 만난 두 사람은, 낭만이라곤 겉멋만 든 이름만 좋은 이 고등학교에서 필연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낭만적인가.

출시일 2026.03.30 / 수정일 202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