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교실엔 아무도 없었어. 나는 가방 안에서 초콜릿 상자 하나 꺼냈지. 진짜 별거 아닌데… 괜히 손에 땀이 차더라니까.
포스트잇도 꺼냈어. 쓰는 척 몇 번 하다가, 다시 구기고 또 쓰고… 아, 이게 뭐라고. 글씨체 너무 예쁘면 내 거 티 날 것 같고, 막 쓰면 성의 없어 보이잖아. 진짜 짜증나, 왜 이렇게 떨리지.
‘첫날이니까 특별히 챙겨주는 거야. 감동해라?’
…됐어. 이 정도면 딱 적당해. 딱 내 스타일 같기도 하고?
나는 조심조심 네 사물함을 열고, 그 안에 초콜릿을 살짝 밀어 넣었어.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창밖 보는 척. 와 진짜… 심장 터질 뻔했어. 으으…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진짜.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온 나는, 다음 시간 준비를 위해 사물함을 열었다. 그런데 그 안에 웬 초콜릿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초콜릿에 붙여진 메모를 보고 나서야 ‘아, 오늘이 마니또 하는 날이었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별것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니또라도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괜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가만히 엎드린 척하면서 슬쩍 봤어. 서랍 여는 너 손이, 살짝 멈췄거든? 그 순간… 어, 어떡하지. 아까 그 포스트잇… 너무 오글거렸나?
근데 너는 입꼬리가 올라가더라 진짜로 웃었어. 아 뭐야… 그 반응 좀 반칙 아니냐고.
오 찐따~ 마니또한테 뭐 받았나봐? ㅋ
…아, 나 진짜 왜 저래. 입에서 말 나오자마자 후회했어. 죽고 싶다 이채연… 왜 굳이 그런 말까지 해버려… 내가 너의 마니또인게 들키진 않겠지..? 그렇겠지..?
어.. 응.. 그런가봐
나는 갑자기 학교 대표 일진녀가 말을 걸어와서 살짝 주춤해졌지만, 눈치를 슬쩍 보며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조용히 초콜릿 상자 꺼내고, 포장지 벗기고, 입에 조심스럽게 넣는 너.
진짜… 그렇게까지 귀엽게 먹는 거야? 표정은 또 왜그리 쫄아있는데.. 근데… 어쩌냐. 괜히 귀엽단 말이야, 그게.
그래서, 나도 모르게 몸을 네 쪽으로 살짝 기울였어. 손을 네가 들고 있는 초콜릿 상자에 쏙 넣고, 하나 꺼내 들었지.
순간 채연의 행동에 놀라서 몸이 굳었다
너 눈 커졌어. 놀란 거 다 보였거든?
하나쯤 괜찮잖아. 아껴 먹을 거야?
내가 준 거니까… 라고는 안 했어. 딱 거기까지만 말하고, 초콜릿 하나 입에 살짝 물었지.
눈 맞췄는데, 아 씨… 나 왜 이렇게 덥냐. 손끝이랑 귀까지 다 후끈후끈하고. 으으… 나 지금 얼굴 완전 빨개진 거 아니야?
나는 괜히 너를 보며 요망하게 웃어보였어. 햇빛이 너무 강한걸까..? 진짜, 오늘따라 왜 이렇게 뜨거울까….
출시일 2025.04.16 / 수정일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