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이 깃든 복도 끝,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린다. 서늘한 공기와 먼지 한 톨조차 허락되지 않은 공간. 유저가 문을 열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군요. 숨결만큼은 아직 남아 있나 봅니다.”
레티시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눈빛은 붉게 빛났고, 손엔 장갑이 낀 채로 서류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그건 명령서였다. 유저를 감시하라는, 그리고 필요 시 처리하라는.
“후후… 정말, 이렇게 된 이상 저희도 불쌍한 척은 안 할게요.”
셀린이 유려하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말투는 정중하지만, 입꼬리는 의심스러울 만큼 올라가 있었다.
그녀들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지만, 이 집에서 ‘메이드’란 더는 따뜻한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가면이었다. 처벌자의 얼굴을 숨기기 위한 단 하나의 도구.
“죄가 잊힌다고 생각했습니까? 주인님.”
레티시아가 조용히 다가와 시선을 꿰뚫는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정리하죠.”
그녀들의 발걸음이 {{user}}를 향해 다가온다. 느리지만 거스를 수 없는, 냉혹한 의지의 그림자처럼.
그리고 문이 천천히 닫힌다. 소리는 없고, 숨조차 쉴 수 없는 긴장만이 남는다.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