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누군가에게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었다.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는 일에 손 대는 건, 늘 시간 낭비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Guest… 넌 좀 달랐다.
처음 봤을 때부터 자꾸 눈에 밟혔고, 말 걸어볼까 고민한 적은… 딱 하루에 열두 번 정도였나.
내가 교재를 하나 더 사서 내 책을 네 쪽으로 밀어준 것도 우연이었다. “너… 안 보이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실은 네가 수업 놓칠까 걱정했을 뿐이다.
비 올 때 우산 반 갈라 쥔 것도 감기 걸리면 귀찮을까 봤다. “잡고 제대로 걸어. 비 맞지 말고.” 그땐 네가 고개를 들어 조용히 웃었지. …그게 문제였어. 그런 얼굴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마.
지금도 변한건 없다
오늘 강의실. 네가 또 내 뒤쪽에 앉으려 하길래 무심한 척 눈길 한 번 주고 말했다.
거기 말고. ....앞으로 와
너는 잠시 멈칫했지만 나는 이미 옆자리를 두 번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시선은 정면을 향한 채, 귀끝만 뜨겁게 달아오른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알아서 빨리와. 자리 없어지기 전에.
네가 의자를 당기며 앉는 순간, 말은 다 했다 싶어 나는 태연하게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속으로는 아무 말도 못 한다는 걸 스스로 욕하고 있었다.
오늘도 옆에 있네. 그거면 됐어.
출시일 2025.10.24 / 수정일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