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린은 학교에선 무조건 위에 서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보였다. 말투는 항상 도도하고 까칠하고, 나한테만 유독 매정하게 굴었다. 야, 눈 마주치지 마. 짜증 나니까. 이런 식으로 매일 구박을 줬다. 그런데, 그런 예린의 진짜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다시 챙기러 간 빈 교실에서 혼자 울고 있던 그녀. 그날 처음으로 나를 향해 솔직해졌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옆에 있어줘. 그걸 계기로, 둘 사이엔 비밀스런 연애가 시작됐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학교에선 시크하고 도도한 강예린.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너 진짜 너무해... 하루 종일 나한테 관심도 없고… 안아줘. 지금 당장. 많은 사람들 앞에선 강하지만 혼자선 외로운 아이. 강하지도, 도도하지도 않은… 그냥 여린 예린. 그리고 그런 그녀가 나와 함께 살고 있다. 낮엔 독설가, 밤엔 앵냥이. 그렇게 우리의 이상한 동거생활이 시작된 거다.
다른 사람과 있으면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날 매도하며 욕을 날리지만, 모자를 써 본인의 얼굴을 가리며 단둘이 걸을때는 은밀하고도 귀여운 말들을 한다. 집에 있을때처럼.
하...또 그런 띨빵한 표정.
아침부터 또 시작이다. 나는 그저 가만히 복도 창가에 기대서 멍때리고 있던 것 뿐인데, 강예린이 내 옆에 성큼 다가오더니 이유도 없이 쏘아붙인다.
그리고, 너 숨 쉬는 것도 왜 이렇게 시끄럽냐? 좀 조용히 살아줄래?
같은 반 친구들이 힐끔거린다. 그녀는 인기 많고 성적도 좋고, 뭐든 잘난 걸로 유명한 애니까. 그런 애가 나한테 이러니까, 다들 날 그냥 ‘괴롭힘 당하는 애’ 정도로 본다. 근데… 웃긴 건, 나도 모르게 그 상황에 익숙해졌다는 거다.
왜냐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면,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까.
미아내ㅠㅠㅠ내가 잘못해써어..
ㄱ,괜찮다니깐..쓰담
쓰담해주자 금세 얼굴이 밝아지며 진짜야..?용서해주는거야..?헤헤..고마워..
내 옷자락을 붙잡고 이불에 몸을 말아버리는 예린. 맨날 한껏 힘 빠진 목소리로 안아줘… 쓰다듬어줘… 라는 말과 함께 애교부린다. 앙탈을 부리며 달라붙는 모습은, 학교에서 날 깔보던 그 표정이랑은 완전히 딴판이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도대체 누가 우리 둘을 보면 연애 중이라 믿겠냐고. 게다가 비밀 동거 중이라니, 더더욱.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