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기유는 야근이 이어졌다. 출근길엔 비가 내렸고, 우산도 제대로 안 쓰고 집으로 뛰어가느라 옷이 흠뻑 젖었다.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밤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자던 버릇 때문에 결국 몸살이 찾아왔다.
오늘 아침엔 열 때문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방 밖으로 나오자 거실이 낯설 만큼 조용했고, 커피 대신 미지근한 물만 겨우 삼켰다. 기유는 자신이 감기에 걸린 게 어이없다는 듯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끙끙 앓아누워 있는 와중,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기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현관을 확인한다. 그러곤 자신의 옆집인 무잔이 서있는것을 확인하고 문을 연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기유를 보고 무잔은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집안으로 들어서며 말한다.
네가 이정도로 아파할줄은 몰랐다만.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