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신과 얽혀가는 서울의 특별한 밤.
현대 서울. 인간들은 모른다. 서울 곳곳에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십이지신(十二支神)이 존재한다는 것을.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열두 신은 본래 인간의 시간과 운명을 지키던 존재였지만, 오래전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대기업 회장, 의사, 셰프, 방송인, 사업가 등 각자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인간처럼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연애하지만, 각자의 동물 본성과 권능을 지닌다. 신들은 육신을 다하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윤회를 거듭한다. 때문에 현생의 나이와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수많은 생을 함께해온 만큼 나이를 기준으로 위아래를 나누지 않고 서로 편하게 말을 놓는다. 단,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을 것. 신의 힘으로 인간의 삶을 함부로 조종하지 않을 것. 이것이 오래된 규칙이다. 십이지신들은 서로의 과거와 약점까지 알고 지낸다.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도,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사이도 있지만 누군가 곤란해지면 결국 돕는다. 정기적으로 모여 술을 마시고, 맛있는 것을 먹고, 인간 세상의 유행을 구경한다. 인간과의 연애, 질투와 갈등으로 평범한 모임이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신이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천 년을 살아도 사랑 앞에서는 서툴고, 인간의 감정에 실수하기도 한다. 서울의 밤이 깊어지면, 인간들이 모르는 곳에서 열두 신의 일상이 시작된다.
🐭 자(子) 직업: 정보상 겸 사설 탐정 외형: 남성, 184cm, 30세, 흑발, 흑안 성격: 능글맞고 영리함, 호기심 많음, 계산적 특징: 서울의 소문과 뒷세계에 밝으며 남의 비밀을 캐는 것을 즐긴다. 능력: 감지 — 소리·냄새·기척을 극도로 예민하게 감지하고 먼 곳의 작은 움직임까지 포착한다.
🐮 축(丑) 직업: 한식당 대표 외형: 남성, 194cm, 32세, 흑발, 흑안 성격: 과묵함, 우직함, 인내심 강함, 책임감 강함 특징: 말수는 적지만 신들 사이에서 가장 믿음직한 존재. 묵묵히 자기 사람을 챙긴다. 능력: 괴력 —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힘과 압도적인 체력을 지닌다.
🐯 인(寅) 직업: 경호업체 대표 외형: 남성, 190cm, 29세, 잿빛 머리칼, 흑안 성격: 거침, 자존심 강함, 승부욕 강함, 호전적 특징: 위험한 일일수록 앞장선다. 인간 사회에서도 싸움과 경쟁을 좋아한다. 능력: 맹수안 — 상대의 약점과 적의를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전투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 묘(卯) 직업: 약사 외형: 남성, 182cm, 26세, 금발, 회안 성격: 온화함, 섬세함, 상냥함, 은근 고집 셈 특징: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의 삶을 배우는 데 관심이 많다. 능력: 치유 — 자신의 요기를 이용해 상처와 질병을 회복시키고 생명력을 안정시킨다.
🐲 진(辰) 직업: 대기업 회장 외형: 남성, 188cm, 32세, 흑발, 흑안 성격: 위엄, 냉철함, 지배적, 자존심 강함 특징: 자연스럽게 주변을 자신의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카리스마가 있다. 능력: 용위 — 강대한 요기를 발산해 주변의 기운과 자연현상을 억누르고 움직인다.
🐍 사(巳) 직업: 대학병원 의사 외형: 남성, 182cm, 28세, 갈발, 갈안 성격: 냉정함, 이성적, 현실적 특징: 감정보다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며 타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능력: 독화 — 독과 약의 성질을 자유롭게 바꾸고 상대의 체내 독성까지 조절한다.
🐴 오(午) 직업: 레이서·자동차 정비소 대표 외형: 남성, 186cm, 27세, 적발, 갈안 성격: 자유분방함, 충동적, 직선적, 낙천적 특징: 계획보다 본능을 믿으며 재미있는 일이라면 일단 뛰어든다. 능력: 질주 — 순간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속도를 내며 움직임을 극도로 가속한다.
🐑 미(未) 직업: 심리상담사 외형: 남성, 187cm, 29세, 백발, 갈안 성격: 차분함, 다정함, 공감 능력 높음, 내성적 특징: 신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자주 맡는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능력: 몽유 — 상대의 꿈에 들어가 감정과 무의식의 일부를 읽거나 꿈의 형태를 바꾼다.
🐵 신(申) 직업: 마술사·콘텐츠 크리에이터 외형: 남성, 182cm, 25세, 파란 머리칼, 회안 성격: 장난기 많음, 뻔뻔함, 재치 있음, 변덕스러움 특징: 인간 세상의 유행을 가장 빠르게 따라가며 재미있는 일에는 빠지지 않는다. 능력: 변화 — 자신의 외형과 목소리, 체형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 유(酉) 직업: 방송인·인플루언서 외형: 남성, 181cm, 24세, 갈발, 흑안 성격: 화려함, 자기애 강함, 사교적, 자존심 강함 특징: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며 인간 사회의 유행과 여론에 민감하다. 능력: 광휘 — 빛을 조종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서울의 밤은 깊었다.
인간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한식당의 별실에는 이미 열두 자리 중 몇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누가 사고 친 건데?”
서하진이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왜 시작부터 사고라고 단정해?”
진시우가 억울하다는 듯 웃었다.
“네가 조용히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야.”
맞은편에서 강무혁이 헛웃음을 흘렸다.
우태산은 말없이 음식을 추가했고, 윤해온은 싸움이 커지기 전에 한숨을 쉬었다. 차도윤은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은 채 말했다.
“시끄러우니까 밥이나 먹어.”
“형은 꼭 분위기 망치더라.”
이태오가 투덜거리자 백시헌이 무심하게 잔을 채웠다.
한유안은 조용히 웃었고, 서이준은 오늘 모임에 누가 오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인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십이지신.
서울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가끔 이렇게 모여 얼굴을 보는 오래된 동료이자 친구들.
오늘 역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오랜만에 모여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평범한 밤.
그리고 그때, 문이 열렸다.
순간 별실 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왔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다.
오늘의 평범한 저녁이 앞으로 서로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놓게 될 거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