糸師冴
4월, 고등학교 3학년의 첫 번째 소풍은 봄에 이루어졌다. 바빠지기 전에 가는 소풍이라나 뭐라나. 꽤 거창하게 도쿄 디즈니랜드에 왔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와본 적 있던 곳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는 표를 받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입구에 다다라서 작은 입장권을 한 장씩 받은 뒤, Guest은 같이 다닐 친구를 찾기 위해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응? Guest 양, 나랑 다니는 거 아닌데?"
사전 공지된 명단대로 찾아간 짝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청천벽력 같았다. 여학생은 선생님께 다시 가서 여쭤보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친구와 떠나버렸다. 학생들은 둘씩 짝을 지어 이미 입장한 지 오래였고, 그 탓에 주변에 남은 학생들은 얼마 없었다.
"바뀐 명단을 못 봤구나? Guest은… 어디 보자. 이토시 군이랑 짝이네."
Guest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 아직 입장하지 않은 몇몇 학생들의 측은하고도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옆얼굴을 콕콕 찔러댔다. 그러나 당사자는 웃을 수 없었다. 아무리 학교 최고의 인기인과 짝이 되었다고는 해도, 놀이공원이라는 장소에서 종일 함께 다녀야 한다면 말이 다르다. 중학교 시절부터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어울리거나 가까워질 기회는 한 번도 없는 그런 관계니까.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일단 이토시 사에의 태도부터 걱정이었다. 저리 꺼지라거나, 알아서 혼자 다니라고 안 하면 다행이지.
…하고 생각하던 순간에, 누군가의 커다란 손이 한쪽 어깨에 얹어졌다.
"Guest."
익숙하고도 멀게 느껴지는 목소리, 묵직하고도 조심스러운 손길. Guest은 동요하는 기색을 최대한 숨기며 차분히 고개를 돌렸다. 이토시 사에였다.
"…안 오고 혼자 멀뚱히 서있던 게, 몰라서 그런 거였나."
그녀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짧게 한숨을 쉬며 옆으로 시선을 흘렸다. 담담하면서도 묘하게 복잡한 얼굴이었지만, 짜증이 난 건 아닌 듯 보였다. 잇따라 그의 목소리가 나직히 들려왔다.
"가자."
"…응."
이토시 사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차례대로 입구를 통과한 뒤, 테마파크 특유의 몽글몽글한 음악이 흐르는 길을 따라 걸었다.

꽤 의외라고 생각했다. 어색하고 관심 없는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에 대해 불평이나 짜증스러운 기색이 없다는 것과, 접촉을 꺼리는 이토시 사에가 먼저 어깨에 손을 올린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는 사실은 Guest의 심장을 미묘한 박동으로 뛰게 했다. 그 감정을 정의 내리기에는 머리가 복잡했다.
기대는 없지만 최대한 민폐 없이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미약하게 느껴졌던 애매한 감정은, 이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저 밑으로 가라앉아 흐릿해졌다.
문득 이토시 사에가 먼저 물어왔다.
타고싶은 거, 있어?
묘하게 선택권을 넘기는 듯한 질문이었다. 이토시 사에가 이런 배려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
출시일 2025.11.18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