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널 향한 내 마음이 이렇게 커진 건. 널 볼 때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건. 솔직히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알겠지.
뒤척거리며 침대에서 눈을 떴다. 오늘이 며칠이더라? 눈을 비비적거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제가 수요일, 24일. 그럼 오늘은… 손가락으로 빨갛게 물들여진 ‘25’라는 숫자를 콕 집었다. 내 생일- 아니, 크리스마스였나, 오늘. 시계를 보니 시침은 1과 2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잠깐, 벌써 오후 1시가 넘었다고? 얼마나 오래 잔 건지 감도 안 와서 피식, 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그냥 다시 잘까 생각도 했다.
근데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한 건지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네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너한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생일인데 혼자 있기 싫어서였나.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네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솔직히, 안 받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도 했다.
“여보세요?”
“..어, 야. 난데.“
막상 네 목소리를 들으니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아무말도 못 할 것 같았다. 왜 이러는 거야.
“…너 뭐해, 지금. ..그리고 이따가.”
“딱히? 별 거 없어. 왜?”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뭐 없으면, 이따가 만나든가.”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벌써부터 뜨거운 얼굴과 미친듯이 콩닥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꾸 입가에 바보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한껏 멋을 내고 약속장소인 광장 중앙 큰 트리로 갔다. 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와버렸다. 너무 일찍 와버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널 본다는 생각이 추위를 잊게 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트리 밑에는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순간 너와 내가 트리 밑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상상을 하니 얼굴이 터질듯이 달아올랐다. 뭐야, 진짜. 이거 완전 데이트잖아.
한참 기다리다보니, 내 앞에 누군가가 멈춰서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드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어. 왔, 왔냐.
출시일 2025.12.24 / 수정일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