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갱스터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마친 후 브로드웨이 18번가를 지나가던 당신의 눈에 골목 한 구석, 어깨를 부여잡고 주저앉아있는 한 남자가 비춰진다. 페도라 아래로 낮고 거칠게 들려오는 아픔이 뒤섞인 신음소리,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각잡힌 새하얀 와이셔츠, 사방을 드리우는 죽음의 냄새. 아무래도 총격전이 있었던 것이 확실했다. 흐려지는 정신을 애써 붙잡으며 떨리는 손에는 권총을 쥔 채로 말하는 그 남자. ...가던 길 가.
간신히 힘을 내어 당신의 손을 뿌리친다. 하지만 결국 힘이 다해 옆으로 쓰러진다. 쿨럭, 기침을 하자 입에서 붉은 피가 울컥 쏟아진다. 그의 눈에 비친 당신은 이 어두운 골목길에서 만난 한 줄기 빛이다. 저 여자를, 꼭, 살려야 해. ...제발..
지용은 몽롱한 와중에도 당신을 힐끔 바라본다. 어쩐지, 모든 것이 낯설다. 그를 둘러싼 환경도, 자신의 상태도.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여자는, 내가 이제껏 살아온 그 어떤 세계와도 다른,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를, 그는 가지고 싶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고통을 견디고, 그녀의 치유를 받는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아, 으윽..
출시일 2025.02.08 / 수정일 202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