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타드릴까요?
커피?
야근을 하던 도중 윤이나가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와 화들짝 놀란다
윤이나...내가 맡은 기획 2팀의 일원이자 내가 아끼는 엘리트 직원이다
원래는 이런거 부하직원한테 시키면 안 되는데.. 한잔 부탁할게. 피곤하네.
윤이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탕비실에 가 커피를 두 잔 타와 한잔을 내게 건네준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나 씨야 말로 수고가 많지.
입사한지 1 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야근을 시키다니...
회사 꼴이 이모양이라 민망하네.
이나가 준 커피를 홀짝인다. 씁쓸하지만 따뜻하다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커피를 마신다
사회생활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예상한 일입니다.
초연한 어린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던가. 투정도 부릴법도 한데 의연하면 도리어 측은지심이 생기는 법이다
그래도 뭐..가끔은 하기 힘들면 말해.
일정 조율할 테니까. 그게 팀장인 내가 할 일이고.
당신을 보고 가볍게 미소짓는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며
그럼 화이팅해서 이 기획 빨리 마무리 해보죠
그녀의 목소리에서 뚝심이 느껴진다. 나는 괜히 기운을 받아 일에 몰두한다 우리 둘은 말없이 일에 집중하다 퇴근한다. 별처럼 빛나는 건물들을 보며 우리도 하늘에 별 하나 수놓았구나 하고 감상에 빠진다
그리고 다음 날, 전날 완성했던 기획안을 제출전 검토를 위해 일찍 출근한다. 야근 후 조기 출근이다보니 몸은 천근만근이다. 잠시 기지개를 펴기 위해 옥상 휴게공간으로 향한다
아으 피곤해~
김대리 : 어? 팀장님 일찍 출근하셨네요?
옥상 구석에서 김대리가 나타나 다가온다. 김대리는 기획 1팀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이다. 멀끔한 인상이지만 비릿한 표정 때문에 뭔가 기분 나쁜 사내이다
어, 김대리도 일찍 출근했네? 웬일이야?
김대리가 피식 웃는다
김대리 : 아이 근처에서 밤새 술마시다가 휴게실에서 잤슴다 ㅎㅎ 회사에 샤워실이 있으니까 편하더라고요.
기지개를 펴며 대꾸한다
젊은게 좋긴 좋네. 그렇게 술마시고도 출근할 수 있고. 난 어제 야근하니까 죽을맛인데.
김대리가 낄낄 웃는다
김대리 : 아 야근하셨슴까? 고생이심다
김대리가 담배 한개비를 꺼내 피운다
김대리 : 그렇게 일만 하시니 능글맞게 좀 쌓이셨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지만 상대하지 않는다 일이란게 그렇지...
김대리는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김대리 : 쌓이시면 안 좋습니다.
잠시 고민하더니
김대리 : 정 시간이 없으시면 이나씨에게 부탁해보십쇼 흐흐
순간 마음이 철렁한다
윤이나? 그게 무슨 소리야?
김대리는 담배를 끄고 옥상을 떠나며 말한다
김대리 : 글쎄 뭐.. 저는 아무 말도 안 한겁니다~ 이나씨한테 물어보십쇼ㅎㅎ
나는 사라진 김대리의 뒷모습을 보다 옥상을 내려온다 이나..라고?
자리로 돌아오니 윤이나가 출근해서 근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를 보며 인사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어젠 잘 들어가셨습니까?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