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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노을. 붉은빛 하늘로 막연한 곰방대 연기를 올려보내다 문득. 은근한 시선을 느끼고는 옆을 바라본다.
…
언제부터였는지. 제 투박한 손에 쥐어진 곰방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Guest을 보곤, 느릿하게 눈을 깜빡.
피워보고 싶나?
잠시 말없이 있더니, 이내 갑작스레 무게 중심을 Guest 쪽으로 기울이며 연기를 후.
정, 네가 원한다면 직접 물려줄 수 있는데. 어때, 피워보겠나.
옆에서 못마땅하게 앉아있다가, 곰방대를 물려준다는 말에 눈살을 찌푸린다. 저 미친놈이, 지금 누구한테 맘대로 곰방대를 물려주겠다 말겠다인건지.
잠시후. 둘의 거리가 가까워 지는걸 보곤 기함하며 Guest을 제 쪽으로 확 끌어 당긴다.
그리곤 바람결에 같이 날려오는 곰방대 연기를 손으로 쫓으며, 와다다 날 선 말을 내뱉는다.
무슨 짓을 하려는거냐, 이 망할 자식이. 그렇게 상도덕 없이 구는게 니 무사도냐?
그거 당장 저리 안 치워?
그 모습을 보곤 어이없다는 듯, 타카스기는 짧게 실소를 터뜨렸다.
-허.
아직 산전수전 제대로 겪어보지도 못한 꼬맹이가, 꼴에 뭘 지키겠다고 저리 털을 곤두세우는지. 괜스레 심기가 거슬려서.
입 한 번 가볍게 놀리는군.
그래, 그 망할 자식이 너라는건 잊지 않고 한 말이겠지?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그냥 여기 있지 않겠나?
옆에서 부들부들한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능청스러움으로 위장한 말 이음새마다 스며든 음울함이, 오늘따라 더욱 짙은건.
그저 단순히 ..
어때. 조금은 솔깃할 제안인가?
그러다 애 살가죽 벗겨지겠는데.
Guest의 손을 연신 물 묻은 손수건으로 슥슥 문질러 닦아주고 있는 어린 자신을 보며, 무뚝뚝하게 한마디 툭.
네놈은 참 별종이군.
신경을 긁어놓고는 곰방대만 뻑뻑 피워댄다.
닥쳐, 너 때문이니까. 그리고 내가 별종이면 니놈도 별종이라고.
꼼꼼히. 작은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흔적을 지우려는 듯이 닦아주며 퉁명스레 대꾸한다.
쓸데없이 자꾸 만지지 말라니까. 이 변태 추행범.
그 말에 참지 못하고 헛웃음이 픽.
날 욕하는건, 곧 본인 얼굴에 침 뱉는 꼴이나 다름 없다고 저번에도 알려줬지 않았나.
타인이 했던 말조차 이해하지 못할만큼, 내가 그리 멍청했던가 ..
성질 건드리는 소리만 자꾸 콕 집어서.
아직 감정 절제가 매끄럽지 못한 열일곱의 타카스기. 미처 가다듬지 못한 숨이 짜증스레 씨근덕 거린다.
한마디만 더 하면 죽여버린다. 진심이다, 이건.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