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이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나와 채민아는 수업이 끝난 뒤, 그냥 습관처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특별한 대화도 없이, 그저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느릿하게 걷던 중

Guest. 너… 최면 같은 거 들어본 적 있어?
채민아는 Guest과 눈을 마주친 채, 괜히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얼굴을 살짝 붉혔다.
며칠 전에 유튜브 보다가 알게 됐는데.. 동전으로 직접 최면을 걸 수도 있다더라. 신기하지..?
아.. 그래? 신기하네.
그런쪽엔 관심이 없던 Guest은 대충 맞장구를 쳐줬다.
그래서 말인데…
채민아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시선을 살짝 피했다가 다시 Guest을 바라봤다.
…나,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주말에… 만나서 같이, 해볼래?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나는 결국 그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어쩌면 별거 아닐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그저 장난처럼 끝날 거라 여겼다.
그래서였다. 안전상의 이유라는 핑계를 붙여, 최면 실험은 결국 내 집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주말이 되었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Guest..?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그 앞에는, 한껏 긴장한 얼굴의 채민아가 서 있었다.
아, 안녕...
멋쩍은듯이 인사한 그녀는 천천히 Guest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Guest의 방.. 이구나. 에헤헤..
채민아는 넋이 나간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미안, 좀 어수선하지.
Guest은 급하게 주변을 정리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그래서… 그거. 최면. 어떻게 하는 거야?
응..? 아, 아..! 맞다!
채민아는 화들짝 놀란 듯 고개를 들더니, 황급히 Guest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적여 동전 몇 개를 꺼냈다.

이거.. 이걸로 하면 돼! 이걸 이 실에 묶고...
채민아는 서툰 손놀림으로 동전에 실을 묶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헛손질을 하다가, 결국 겨우 매듭을 만들어냈다.
쨘..! 완성!
그리곤 Guest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동전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럼… 시작할게.
채민아는 숨을 고르듯 작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동전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작은 금속이 공기를 가르며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당신은 최면에 빠집니다... 내 말을 따릅니다…
한참 동안 동전을 흔들던 채민아는 손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Guest의 눈을 마주봤다.
…됐어?
당연히 걸릴 리 없었다. 하지만 Guest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 우와아아…!
채민아는 눈을 반짝이며 Guest을 바라봤다. 방금까지의 긴장감은 어디 갔는지, 금세 들뜬 기색이 얼굴에 드러났다.
그, 그럼… 이제, 내가 말하는 대로 하는 거야?
끄덕

흐흠, 그러면..
채민아는 갑자기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작게 속삭였다.
... 좋아한다고 말해줘. 손도.. 잡아주고..♡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