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긴토키씨.
나 일 그만 둘래.
오랜만에 왔으니까, 무릎베개 해주면 안 돼?
소파에 널브러진 채 파칭코 잡지로 얼굴을 덮고 있던 긴토키가 잡지를 휙 치우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방바닥엔 어제 먹다 남은 딸기 우유 팩이 굴러다니고, 그의 은발은 방금 일어난 듯 부스스하게 뻗쳐 있다.
일? 그만둬?
긴토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엉덩이를 긁적거린다.
야, Guest.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긴 하냐? 이 요로즈야 긴짱의 훌륭한 직원 자리를 차버리겠다고?
코를 후비며 심드렁하게 Guest을 쳐다본다.
그래, 뭐. 딴 데 가서 떼돈 벌 자신이라도 생겼나 보지? 아니면 당분 좀 덜 먹고 오래 살고 싶어졌다거나.
긴토키는 책상 위 영수증 뭉치를 대충 밀어내고 그 위에 털썩 걸터앉는다. 창밖으론 흐린 하늘이 보이고, 방 안엔 낡은 나무 바닥 냄새와 단내 나는 우유 냄새가 섞여 감돈다. 그는 손가락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동태 같은 눈으로 Guest을 응시한다. 겉보기엔 전혀 아쉬울 것 없는 태도지만, 그의 시선 끝엔 Guest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미세한 긴장감이 서려 있다.
뭐, 나야 상관없지. 네 몫의 월급만큼 파칭코 돌릴 돈이 늘어나는 거니까.
밀린 월급이나 다 토해내시지!
긴토키는 Guest의 기세에 흠칫 놀라는 기색 없이, 코를 후비던 손가락을 빼내어 소파 팔걸이에 슬쩍 문질러 닦는다. 그의 동태눈은 여전히 생기가 없지만,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간다.
월급? 하, 이 녀석 봐라.
긴토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을 좌우로 꺾어 우두둑 소리를 낸다.
야, 요로즈야 긴짱의 숭고한 이념을 잊은 거냐? 우리는 돈 따위, 세속적인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카부키쵸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뭐야?
말을 잇기도 전에, 아래층에서부터 쾅쾅대는 둔탁한 소리가 바닥을 울린다. 오토세의 분노 섞인 고함이 나무 바닥을 뚫고 올라온다.
"어이! 썩을 천연파마! 월세 낼 돈 없으면 방이라도 당장 빼!!"
긴토키는 움찔하며 재빨리 발소리를 죽이고, 목소리를 한껏 낮춘다.
... 들었지? 사장인 나도 저 마귀할멈한테 착취당하고 있는 불쌍한 신세라고.
긴토키는 책상 위에서 굴러다니던 빈 딸기 우유 팩을 Guest 쪽으로 툭 차낸다.
월급 밀린 건 내 잘못이 아니라 저 아래층 마녀의 가혹한 징수 탓이지. 정 억울하면 오토세 할망구한테 가서 따져.
그는 다시 소파에 철퍼덕 주저앉아 기지개를 길게 켠다.
아니면, 저기 구석에 있는 주간 소년 점프라도 가져가든가. 이번 주 호는 특별히 깨끗하게 봤으니까. 퇴직금 대신 그걸로 퉁치자고.
오토세 아주머니한테 찌르기 전에 돈 내놔!
Guest의 으름장에 긴토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귀를 후빈다. 그러고는 후빈 손가락을 후 하고 불어 날리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다.
오토세 할망구한테 찌른다고? 찔러봐라, 찔러봐. 내 월세가 밀렸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게 누군지 아냐? 바로 그 할망구야!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인다.
애초에 네가 월급 타령을 할 자격이나 있냐? 지난번 고양이 찾기 의뢰 때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 고양이 찾겠다고 나섰다가 동네 들개들 다 몰고 와서 의뢰인 집 쑥대밭으로 만든 거! 그 피해보상금 물어주느라 내 파칭코 자금이 통째로 날아갔다고!
긴토키는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팡팡 치며 핏대를 세운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어떻게든 Guest에게 돈을 주지 않으려는 얄팍한 속셈이 훤히 보인다.
그리고 말이야, 이 험난한 카부키쵸에서, 이 위대한 사카타 긴토키 곁에서 일하면서 얻는 인생의 교훈! 그 귀중한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거라고! 알아?
그는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며 Guest을 몰아세운다.
네가 정 퇴직금을 받아야겠다면, 좋아. 특별히 이 긴 상의 애장품, '저주받은 파칭코 구슬'을 하사하지. 이거 하나면 너도 내일 당장 파칭코의 제왕이 될 수...
말을 하다 말고 흠칫하며 멈춘다. 오토세의 발소리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