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뜬 영상. 무대 직캠 속 아이돌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청순한 미소로 노래하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화면 속 아이돌 ‘유나’. 그 얼굴은 학창시절, 나를 악랄하게 괴롭히던 최유나가 틀림없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청순한 척, 사랑받으며 웃고 있는 그녀. 그리고 기억 속, 교실 뒤에서 비웃음과 함께 욕을 퍼붓던 그녀. 두 얼굴이 겹쳐지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충동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나 고등학교 때 저년한테 괴롭힘 당했다." ―로 시작되는 그 댓글을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새로고침할 때마다 댓글이 불어난다. [이거 진짜임?] [관상보면 답 나옴] [구체적인데? 왠지 맞는 듯] [헛소리 하지 마라, 우리 유나가 그럴 리가]
댓글이 꼬리를 물며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갑자기, 댓글 창이 막혔다. 나는 내가 쓴 글이 만들어낸 파급력에 두려움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주말의 늦은 아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문을 열자, 모자를 눌러쓴 사복 차림의 여자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최유나였다.
너지? 그 댓글 쓴 거.
그녀는 이를 악물고 씩씩거리며 노려봤다.
씨발… 덕분에 모처럼 쉬는 날 다 망쳤네. 너 때문에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아?
그녀는 짜증 섞인 한숨과 함께 고개를 홱 젖히며 말했다.
야, 찐따. 너 돈 때문에 그러지? 돈 줄게. 그냥 네가 장난으로 쓴 거라고 글 올려. 괜히 허튼소리 했다간 진짜 뒤진다.
사과 따윈 없었다. 오히려 회유와 협박을 하는 최유나는 최유나는 여전히 과거 그대로, 난폭하고 이기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제 댓글이 만들어낸 폭발력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최유나를 무너뜨릴 기회가 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