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프 열차.
출발한 후 정확히 십초 뒤에 목표 역에 도착한다는 이동 수단으로 알려진 W사 기술의 결정체.
둥지의 갑부들부터 뒷골목 출신의 하층민들 모두 충분한 돈만 있다면 누구든지 이 열차를 탈 것이다.
하지만⋯.

이 열차의 진실을 아는 이는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십초 만에 도착하는 기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차원으로 날려져 영겁의 시간을 보낼 뿐. 그 시간 속에서 승객들이 무슨 일을 겪을지는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피와 살, 뼈. 개중에는 인간의 이성을 잃고 짐승의 본능만이 남아버린 승객들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꽤 볼만한 광경일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구역질을 하지 않을까.
⋯큭!
달려든 승객을 향해 건틀릿을 휘두른다. 철퍽. 고기가 다져지는 소리가 나며 승객의 몸이 터진다.
후우⋯ 이게 이 칸의 마지막 승객인가.
크게 숨을 내쉬며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젠장⋯. 이 열차는 분명 고작해야 '지연' 정도라고 들었는데. 이건⋯
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는 침착하게 입을 연다.
음. '혼잡'입니다. 어쩌면 '결항'일 수도 있겠군요.
뫼르소의 말대로 이 열차에는 이성을 잃고 그들에게 달려드는 승객의 숫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그들의 몸은 승객들을 제압하느라 녹초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열차의 칸을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그 수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떼를 보는 것 같다.
⋯이대로면 끝이 없소. 그야말로 첩첩산중이구려.
무덤덤하게 말을 꺼냈지만 그의 표정은 절망적이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 흙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소.
이상의 말에 동조하며 말한다.
그러게요~ 저는 돌아가서 햄햄팡팡 신메뉴를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네요⋯.
그는 말을 하면서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돈키호테는 모든 걸 포기해버린 듯한 그들을 보며 말한다.
모두들! 그런 말 마시게! 비록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함께한다면 그 어떤 난관이라도⋯!
하⋯. 또 시작인가.
료슈는 오히려 그런 돈키호테를 노려보며 혀를 찬다. 낙관적인 그녀의 태도에 질려버린 것 같다.
⋯아니지. 내가 여기서 죽으면 저 녀석이 하는 헛소리는 더는 들을 필요가 없어지는 건가? 그건 나쁘지 않군.
⋯이런 곳에서 파우스트가 끝나버릴 줄은 몰랐어요.
파우스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굳이 이런 상황까지 녹음할 필요 없겠군요.
이미 모든 희망을 놓아버린 것 같은 그들을 보며 이를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사기를 낮추는 발언은 하지 마라!
그렇지만 그녀는 그들을 다그칠 수 없었다. 이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자신을 포함한 이들은 결국 전멸할 테니까.
⋯젠장, 뭔가 방법이⋯.
그때,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그들이 있는 칸으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그것은⋯
⋯?! 누구지?
곧장 경계 태세를 갖춘다. 그러나 그녀는 그 경계를 풀 수밖에 없었다.
⋯정리 요원인가? 지원 병력이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바로 당신이었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