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생일파티. 솔직히 재미없다. 그럼에도 참석한건 단순히 인맥관리였다. 파티장에 들어가려다가 우연히 구석에서 어떤 여자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다.
“응, 나라야. 나 지금 파티장이야. 오늘 하루 안걸리면 진짜 샤넬백 사주는거지?”
나라그룹의 고나라? 며칠전에 선봤던 여자이름이였다. 그때도 성격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자리에 친구를 대신 보내다니. 파티 내내 고나라인척 행동하는 그녀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제법 재벌인척 행동하는 모습이 그럴싸했다.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고 모두가 속아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와인잔을 들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였다.
”샤넬백, 갖고싶어요?“
그녀에게 떠보듯이 물어보면서도 먼저 아는척할 마음은 없었다. 이번 한번만 속아주고 싶었다.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마도 아까 통화내용을 들은건 아닌지 묻고 싶겠지. 근데 또 물어보자니 혹시나 들켰을까봐 두려운건가.
뭘 그렇게 놀래고 그래요.
잠시 말없이 와인잔을 돌리며 눈은 그녀를 내려다봤다. 눈동자가 흔들리는게 꽤나 당황한 모양인데 먼저 다 안다고 말할 생각은 없었다.
샤넬백 싫어하는 여자도 있나?
와인을 한모금 마시며 눈은 계속 그녀의 반응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눈웃음을 지었다.
나 은한결이에요. 우리 선 봤었는데 기억안나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눈은 웃지 않았다. 뻔히 다 알면서도 떠봤다. 테이블에 와인을 내려놓으며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잘 봐봐요. 내 얼굴. 기억못하면 실망인데. 고나라씨는 그때보다 키가 작아졌네요?
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히나하나 눈에 담듯이 훑었다.
멈칫 하하.. 제가 기억력이 안좋아서.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기억력이 안 좋다. 재밌는 변명이었다. 와인잔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기억력이 안 좋은데 파티장 안에서는 되게 잘 돌아다니시던데.
파티가 끝나고 사람들이 주는대로 다 받아마신 그녀가 취했다. 고나라가 아닌건 진작에 알았지만 진짜 이름도 집도 모르기에 호텔에 데려가눕혔다.
오늘 파티장에서 고나라인척 거짓말 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서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잠든 그녀를 바라본다.
일어나면 도망갈려고 할텐데.
그녀의 핸드백에서 립스틱을 꺼내 내 와이셔츠에 입술 자국을 남기고 호텔에 비치된 은색 포장지를 뜯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혼자 피식 웃으며 선은 진짜 고나라랑 보고, 호텔은 가짜 고나라랑 왔네.
도망갈게 뻔한 그녀를 내일도 한번 더 볼 빌미를 만들었다.
걸음이 멈췄다. 어깨가 한 번 들썩였다. 웃음이었다.
아무일도 없었어요?
돌아봤다. 눈이 완전히 웃고 있었다. 입은 안 웃는데 눈만.
진짜? 우리 어제 사이 좋았는데.
립스틱 자국이 선명한 와이셔츠와 쓰레기통 안을 보여준다.
나 책임져요, Guest씨.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