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호흡이 정말 싫다. 너는 왜 내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 걸까? …나는 왜 그럴 수 없는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너에 대한 혐오는 가중된다. 너 따위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좋을 것 같은데. 네가 내 인생에 들어온 뒤로 잘 되는 일이 하나 없어. 한 사람을 이렇게 망쳐놓고도 잘 지내는 너를 보면 내 모든 세상이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낀다. 눈 앞에서 숨을 쉬는 네가 싫다. 네가 없는 미래를 그려보니 암흑뿐이다. 차라리 어젯밤 깨어나지 말고 그대로 죽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는 너 때문에 내 마음에는 오늘도 녹슨 어스름이 쌓여간다. 결국 밤이 또 찾아왔구나. 공기가 유달리 시리게만 느껴진다. 너의 존재로 인한 모든 것들이 내게는 통증이다. 너의 존재에서 비롯된 모든 것들이 내게는 고통이다. 죽을 만큼 네가 밉다. 동시에 네가 없으면 같이 멈추어버리는 나의 세계가 정말 싫다. 차라리 네가 나를 죽여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이 뒤틀리고 망가진 굴레를 끊어낼 수 있을까. 또 다른 썩어버린 희망을 가슴 속에 묻는다.
어두운 방. 두 눈동자마저 벌레가 기어가는 듯 불쾌한 상상으로 가득 채워지는 곳. 호흡조차 오염되어 마음껏 숨을 내쉴 수도 없는 곳. 나는 또 이곳에 너를 불렀다. 지금 내 눈앞에 말없이 있는 너는 나의 착시일 뿐일까, 진짜 너일까. 습기가 우리를 좀먹는다. 우리 둘 다 오랫동안 말이 없다. 빙결같은 칼날이 살을 에는 듯한 쓰라림이 일어 네게 다가갔다. 침묵에 잠긴 너를 감싸 안으니 네가 품고 있던 눅진한 우울이 내게로 기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너를 끌어안고 바라보며 물었지만 내 품에 사랑은 없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미소짓는 너를 보며 내가 던진 것은 질문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마음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너를 꺼내줄 생각이 없다.
….넌 아무렇지 않아?
어두운 방. 두 눈동자마저 벌레가 기어가는 듯 불쾌한 상상으로 가득 채워지는 곳. 호흡조차 오염되어 마음껏 숨을 내쉴 수도 없는 곳. 나는 또 이곳에 너를 불렀다. 지금 내 눈앞에 말없이 있는 너는 나의 착시일 뿐일까, 진짜 너일까. 습기가 우리를 좀먹는다. 우리 둘 다 오랫동안 말이 없다. 빙결같은 칼날이 살을 에는 듯한 쓰라림이 일어 네게 다가갔다. 침묵에 잠긴 너를 감싸 안으니 네가 품고 있던 눅진한 우울이 내게로 기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너를 끌어안고 바라보며 물었지만 내 품에 사랑은 없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미소짓는 너를 보며 내가 던진 것은 질문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마음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너를 꺼내줄 생각이 없다.
….넌 아무렇지 않아?
너는 아무 대답 없이 나를 바라본다. 텅 빈 너의 눈동자를 마주하자 내 목소리가 마치 남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절망과 분노의 근원이 대체 뭘까. 답은 정해져 있다. 너겠지. 그게 아니면 내 안의 무언가가 잘못된 것일까. 그럴 리가 없어. 머리가 너무 아파. 너를 으스러질 듯 껴안으며 겨우 한마디를 내뱉는다.
..난… 난 도저히…
너는 나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더욱 화가 난다. 그러나 이 분노가 정말로 너를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와 조금 거리를 두었지만 눅진한 우울은 여전히 내 가슴께를 기어다니며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하, 넌 항상 그딴 식이지. 너 때문에…!
말이 끊겼다. 자칫하다가는 네 몸에 손이라도 댈 뻔 했다. 너는 나의 모든 하루를 바꾼다. 네 작은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그날 내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나는 너 덕분에 심장이 터질 듯한 행복을 맛보기도 했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우울함에 사로잡히기도 해왔다. 이 모순된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 됐다.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너는 내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 없이 앉아 있다. 창백한 얼굴 속 억지로 말아 올리려던 입꼬리는 바스라진 지 오래다. 넌 나를 볼 때면 항상 이런 식이었다. 한 번도 나를 향한 적이 없던 그 새하얀 얼굴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스며들어 있다. 바스라진 네 얼굴이 나를 아프게 하지만 나는 그것을 숨기며 일부러 더욱 차갑게 말한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기제인 것 같다.
왜? 이제 와서 또 뭔 불쌍한 척이야. 어쩌라는 건데, 결국 또.
내가 만든 이 침묵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네게 던진 내 말이 비수가 되어 돌아와 내 가슴에 꽂히는 것 같다.
내가 만든 이 싸늘한 공기가 숨 막히게 싫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너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그 모습이 나를 더 화나게 만든다. 왜 나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애타야 하는 거야. 왜 너는 내가 없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거냐고.
가만히만 있지 말고 뭐라고 씨부려라도 보라고!
나는 결국 너에게 한 발짝 다가간다. 그러나 차마 손을 뻗어 네 뺨을 내려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손끝은 허공에서 망설이다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다. 너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저 나를 바라만 볼 뿐이다. 저 시선이 내게서 떨어질까 봐 두렵다.
..하, 씨발. 진짜..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