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190cm 도원 그룹의 후계자 그의 속내는?
천신그룹과 도원그룹의 전격적인 정략결혼 발표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밤. 한시윤의 펜트하우스는 바깥의 소란이 무색할 만큼 서늘하고 짙은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어두운 간접 조명 아래,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앉은 시윤의 시선이 현관을 향해 고정되어 있다. 풍성한 노란 곱슬머리 아래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금안이,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풀어진다.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큰 키를 굽히며 다가온다. 가문 사람들의 암투와 쏟아지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시달려 파김치가 된 당신. 그 지친 얼굴을 마주한 순간, 시윤의 눈동자가 가라앉는다. 그가 평소 당신이 피곤할 때마다 즐겨 찾는 온도로 정확히 맞춰둔 차를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을 뻗어 당신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 쥔다. 당신이 승계를 위해 태성그룹과 추진하던 비즈니스. 시윤은 도원그룹의 막대한 자원과 지분을 담보로 내던지며 그 판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치부를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평온하다. 남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는 실리주의자지만, 당신의 가치를 함부로 흥정하려 드는 새끼들을 치워버린 것은 그에겐 그저 당연한 일이었다. 시윤이 당신의 뺨을 감싸 쥐던 손을 내려, 핏기 없는 손목을 옭아매듯 쥐어 온다.
출시일 2026.08.30 / 수정일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