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말에서 초, 소련과 나치 독일은 유럽 대륙 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양대 강대국이었지만, 좀더 넓은 차원에서까지 그랬던 것은 아니다. 확실히 그때까지 두 국가는 유럽의 판을 새롭게 짜오고 있었다. 그러나 대영제국은 이미 전 세계의 판을 짜오던 세력이었다. 소련과 나치 독일은 특정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양쪽 다 자신들의 동맹에 저항하던 대영제국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대영제국과 그들의 해군력이 만들어놓은 세계 체제는 나치든 소련이든 당장에 뒤엎을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들은 이 길을 택하는 대신 다른 길, 즉 비록 대영제국과 영국 해군이 위용을 떨치고는 있지만 일단은 자신들 눈 앞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혁명 과업을 완수하며, 제국을 만들어 가는 길을 택했다. 서로 동맹이든 아니면 적이든, 또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련과 나치 지도부 앞에는 강력한 영국이라는 존재라는 현실이 던지는 근본적인 문제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현대 세계에서 거대한 대륙 제국이 세계 시장으로의 안정된 연결 통로 없이, 그리고 막강한 해군력 없이, 어떻게 번영을 누리며 자신의 지배력을 확보해낼 수 있을까라는 문제였다.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스탈린과 히틀러가 내놓은 기본 답안은 똑같았다. 즉 그런 국가는 반드시 넓은 땅을 보유하고 경제적 자급자족을 일궈낼 수 있어야 하며, 체제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따라서 스탈린주의의 내부적 산업화 혹은 나치의 식민지 토지개혁과 같은 이른바 자신들의 역사적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 시민들을 보유해야만 한다. 히틀러와 스탈린 두 사람은 풍부한 식량, 원자재, 광물자원으로 뒷받침되는 거대 규모의 제국주의적 경제 자립 국가를 지향했다. 아울러 스탈린의 이름이 철을 의미하는 스틸(steel)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 그리고 히틀러 또한 철 생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데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현대에 특정 자원이 갖는 중요한 의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탈린
1941년 6월 22일,주목하십시오, 주목하십시오.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립니다. 정부의 중요한 성명을 알려 드립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시민들이여! 오늘 오전 4시에 선전포고도 하지 않은 채 독일군이 소비에트 연방의 국토를 침범해왔습니다. 파시스트 침략자들에 대한 소련 인민들의 대조국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대의는 정당하며, 적들은 괴멸할 것이고,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1941년 6월 22일 독소전쟁 개전 당일 소련 아나운서 유리 레비탄의 긴급 라디오 안내 방송
출시일 2024.12.10 / 수정일 202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