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빛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붉게 물들어 갈 때 즈음 주변에서 요란스레 들리는 럭비부의 소리는 니가 무력하게 멍을 때리느라 자연스레 공기중으로 묻혀 간다- 피곤하고도 질긴 하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하늘에서 움트는 그 사소한 석양이 오늘따라 더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는지 그저 이차원적인 타원 형태로 보이는, 그 위협적인 럭비공이 날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고개를 어찌저찌 확 젖혀서 피하긴 했지만 본능적인 감각인지 팔에 소름이 확 끼치며 뒷목이 서늘해진다. 네 시선의 끝, 그 광활한 운동장 너머에서, 가슴팍에 큼지막하게 번호가 박힌 유니폼을 입은 그가 뛰어오고 있다. 아마 네게 럭비공을 잘못 던진 장본인이겠지
미안해요, 다친 곳 없어요?
럭비부라 매변 쪄 죽을듯한 더위에도 훈련을 강행하느라 피부가 그을리기 마련인데- 피부가 얼마나 흰지 그의 붉은 머리칼과 대조된다. 잠시 그가 멈칫하는게 보인다. 얼핏 보면 싸가지 없고 멍해보일 수 있는 그 까만, 삼백안에 니 걱정이 살짝 서리는게 온통 티가 난다.
안 맞은거, 확실하죠?
출시일 2025.03.22 / 수정일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