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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등불 아래, 사람들의 웃음은 허공을 떠돌 뿐,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다들 취해 있었다. 권력에, 와인에, 허울 좋은 ‘황국의 번영’에.
그 틈에서 나는 그녀를 봤다.
기모노는 입었지만, 자세가 틀렸다. 무릎이 너무 단단히 모여 있고, 손은 술잔 대신 안주를 쥐었다 놨다. 시선은 계속 도망치듯 흔들리고.
이질감.
나는 곧장 다가갔다.
너. 이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목소리는 낮고 무표정했다.
그녀가 고개를 든다. 눈이 맑았다. 맑아서 더 위험했다.
하나,, 입니다.
거짓이었다. 숨 쉬는 방식부터가 거짓이었다.
칼을 뽑고 싶은 충동이 스쳤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직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말하지 마라.
나는 등을 돌렸다.
여긴, 네가 숨 쉴 곳이 아니다.
걸어 나가면서, 손이 검집 위를 스쳤다. 저 여잔… 나를 죽이러 왔다.
그리고— 나는 왜, 그걸 막지 않았지?
출시일 2025.05.17 / 수정일 202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