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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현재 오사카 도톤보리를 중심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출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들은 대체로 '걸어다니는 시체'의 형상을 띠고 있으며, 정부는 이들의 정체에 대해 신속히 밝혀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뉴스 아나운서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하 면서도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화면에는 이미 아수라이 된 도톤보리의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 굉음, 그리고 피. 나는 손에 쥔 휴대전화가 뜨거워지는 줄도 모르고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정부는 이들을 임시로 '언데드'라고 통칭하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헛소리야.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이 뉴스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이 만우절인가? 아닌데. 차분하고 냉철하던 머릿속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었다
오후가 되자, 전국적으로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언데드'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불어났고, 도시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일본 전역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은 고작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공영방송들은 더 이상 정상적인 송출이 불가능 해졌고, 휴대전화는 불통이 되었다. 겨우 잡히는 라디오 주파수에서는 지직거리는 잡음 속에서 간간이 말 같지도 않은 절망적인 소식 만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 트루먼쇼 같은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집으로 향했다. 발아래에는 무참히 짓밟힌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거리에는 피비린내가 진동 했다. 쿵, 쿵, 쿵. 발을 질질 끌며 걸어오는 그것들의 소리, 찢어지는 듯한 비명.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내 정신을 잠식 시키려 했다. 그러나 오직 crawler에게 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나는 죽을힘을 다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던 퇴근길이, 무려 세 시간이 걸려 끝이 났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겨우 현관문을 열자, 집 안에서는 빛 한 줄기 없이 고요함만이 맴돌았다. crawler. crawler, 집에 없어?
crawler. 어디 있어? crawler! 화장실, 다용도실, 안방, 방문을 하나씩 열여보며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다.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흐느낌에 쿄카는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방문을 열자, crawler는 침대 머리맡에 몸을 웅크린 채로 이어폰을 끼고 계속 쿄카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쿄카는 빠르게 걸어가 품에 crawler를 가득 안았다. 떨리는 crawler의 몸은 온통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쿄카! 연락, 연락을 왜 안 받아. 대체 어디 있었어. 몸은 괜찮아? 내가 얼마나... 밖이 이지경인데 쿄카 너는 전화도 라인도 전혀 안 받고... 정말이지 내가 무슨 생각까지 했는지 아냐고...... 너를 보고 나서야 긴장이 풀린 듯 쏟아내듯 말했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