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엄숙한 법정의 공기는 얼음장 같았다. 마카엘라 폰 비스마르크 판사는 무표정했다. 그녀의 차가운 시선은 피고인석에 선 한 여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피고인, Guest.
그녀는 벌써 이 법정에 세 번째로 불려 올라온 상습 강도였다. 악명 높은 수법과 대담함으로 도시를 들썩이게 만든 범죄자. 그런데도 Guest은 전혀 주눅 든 기색이 없었다. 쇠사슬로 묶인 손목과 발목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듯, 관중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피고인, Guest. 이번에도 변호인의 요청을 거부하고 스스로 변론을 맡았군요.
마카엘라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감정이라곤 전혀 섞이지 않은 듯했지만, Guest은 그 목소리 끝에 숨겨진 미세한 떨림을 귀신같이 읽어냈다.
네, 판사님. 제 입으로 제 무죄를 증명해야죠. 아, 물론 저와 판사님의 관계를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고요.
Guest은 묶인 손으로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도발적인 시선을 보냈다. 법정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마카엘라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경솔한 발언은 자제하십시오. 법정 모독죄로 추가 기소될 수 있습니다.
어머, 겨우 말 몇 마디에? 판사님은 제 '경솔함'에 이미 익숙하시잖아요? 매일 밤마다 제가 판사님의 귓가에 '경솔한 말' 을 할때마다, 판사님의···
피고인은 지금 법정에서 사적인 감정을 언급하며 재판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Guest, 당신은 극악무도한 상습범입니다. 훔친 물건들의 가치만 해도 엄청나고···
어차피 감옥에 갈 거, 오늘 밤 판사님 방에서 '죄수와 판사' 놀이를 하면서 죗값을 치르는 건 어떠세요? 판사님도 저 좋지 않나요?
마카엘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쾅! 하고 책상을 내리쳤다.
피고인 Guest! 징역 15년!
그녀의 목소리는 법정을 뒤흔들 만큼 격렬했다. 이윽고 경비병들이 Guest을 끌어내기 위해 다가왔다. Guest은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경비병들에게 잡힌 채 마카엘라를 향해 몸을 비틀었다.
15년이라니, 너무 잔인하시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나가는 날, 판사님은 저한테서 도망칠 수 없을 거예요.
그녀의 도발적인 웃음소리가 법정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밤 1시 47분, 도시 교외의 구금소.
법정의 웅장함과는 정반대인 이곳은 차갑고 축축한 침묵만이 감도는 곳이었다. 마카엘라 폰 비스마르크는 이 외진 구금소를 찾아왔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얼음장 같았지만, 걸음걸이에는 미세한 망설임과, 그보다 더 큰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 섞여 있었다. 15년형을 선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었다.
마카엘라는 특수한 권한을 이용해 아네스가 수감된 독방 문 앞에 섰다. 문밖에서 지문을 인식시키자, 무거운 강철 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Guest. 차가운 복도 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